[인문사회]'남자의 후반생'…60세넘어 인생역전시킨 사람들

  • 입력 2003년 5월 23일 17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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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후반생/모리야 히로시 지음 양억관 옮김/228쪽 1만1000원 푸른 숲

한무제 때 공손홍의 전직은 옥리(獄吏). 그나마 죄를 짓고 물러나 시골에서 돼지를 키우며 생계를 꾸렸다. 나이 마흔이 돼서야 학문에 뜻을 두고 유가 도가 묵가 등 ‘춘추(春秋)의 설’을 공부했다. 한마디로 그다지 자랑할 것 없는 농촌 사람이었다.

그의 나이 60세이던 해, 갓 즉위한 무제가 지방에 칙서를 보내 뛰어난 인재를 추천하게 했다. 20년간 갈고닦은 학문은 인정을 받았고 공손홍은 지역 관리의 추천을 받아 일약 조정의 박사(博士)로 임명됐다. 이후 한차례 관직에서 물러나는 굴곡을 겪었지만 그는 66세 때 다시 조정에 들어가 10년 뒤 마침내 승상의 위치에 올랐다.

‘공손홍은 그 행함이 올바르긴 했으나 때를 잘 만났기에 출세를 할 수 있었다’는 ‘사기(史記)’의 언급처럼, 그를 운이 좋은 사나이로 볼 수도 있지만 나이 마흔에 철저한 준비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운’도 무용지물이었을 것임에 틀림없다.

이 책은 공손홍처럼 중국역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22명이 인생 후반기에 일군 멋진 삶을 알기 쉽게 풀어낸다.

동네 건달로 지내다 반란의 와중에서 건곤일척의 승부수를 던져 마침내 왕이 된 유방은 ‘인생역전형’으로 부를 만하다. 월나라 왕 구천의 신하였던 범려는 오나라를 멸망시킨 뒤 고위관료로서의 영예를 누리지 않고 다른 나라로 이민간 뒤 장사꾼으로 변신, 막대한 부를 축적한 ‘도전형’이다. 젊은 시절 관리로 지내다 고향으로 내려가 ‘귀거래사’ 등의 명작을 남긴 도연명은 ‘무소유형’의 삶으로 또 다른 성공을 일궈냈다.

어느 유형의 삶이든지, 인생 후반기를 위해 끊임없이 설계 준비하고 도전한 사람들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교훈이다.

명나라 관료 여신오는 그의 저서 ‘신음어’에서 이렇게 말했다.

‘늙음을 한탄하기 이전에 아무 목적 없이 늙어감을 한탄해야 한다. 죽음이 찾아온다고 슬퍼하지 말고, 죽어서 이름이 잊혀질 것을 슬퍼해야 한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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