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타계한 권철현(權哲鉉) 중후산업 회장. 62년 연합철강을 설립, 당시 민간 철강기업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100만t)까지 키워냈다. 연합철강은 74년 국내 기업을 통틀어 처음으로 수출 1억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승승장구하던 시절은 잠시, 유신정권의 눈 밖에 나면서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 역정이 시작된다. 77년 외환관리법 위반으로 경영권을 빼앗기게 된 것이다. 창업자인 그의 지분은 3분의 1로 떨어졌고 경영권은 51%의 지분을 확보한 국제그룹에 넘어갔다. 유신정권을 비판하면서 ‘괘씸죄’에 걸렸다는 게 주변의 평가. 권 회장은 이 때문에 옥고까지 치러야 했다.
85년 국제그룹이 공중분해되면서 권 회장은 경영권 회복에 한 가닥 희망을 품는다. 그러나 그의 바람과 달리 연합철강은 동국제강으로 넘어갔다.
이후 20여년의 세월은 그야말로 경영권을 되찾기 위한 사투(死鬪)였다. 연합철강을 인수한 동국제강은 시설 투자를 위해 증자를 추진했지만 번번이 권 회장의 반대에 부닥쳐야 했다. 증자가 되면 지분이 분산돼 어렵게 지켜 온 2대 주주의 자리조차 뺏긴다는 게 권 회장의 논리였다. 이 때문에 연합철강의 주주총회장에서는 매년 연례행사처럼 난투극에 가까운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권 회장은 비록 연합철강 경영권 회복의 숙원을 풀지 못했지만 그의 장남인 권호성(權浩成) 중후산업 사장이 AK캐피탈컨소시엄을 구성, 한보철강 인수에 나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과연 철강인으로서 못 다한 그의 꿈은 2세에 의해 이뤄질 것인가.
홍석민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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