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복을 빕니다]'농구계의 역사' 원로 농구인 전규삼 옹

  • 입력 2003년 5월 9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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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농구의 큰 별이 졌다.

8일 밤 9시 88세를 일기로 타계한 전 송도중고교 농구코치 전규삼옹. 그는 한국 농구의 원로 지도자이자 ‘영원한 농구인’이었다.

1915년 9월26일 개성에서 태어난 고인은 일본 호세이(法政)대를 졸업하고 개성 송도고 교사로 부임했다. 6·25전쟁 때 남쪽으로 피란했다가 가족과 생이별한 고인은 전쟁이 끝난 뒤 인천에서 송도중고교를 여는 데 큰 역할을 했고 61년부터는 사회과목 교사를 그만두고 농구 지도에만 전념했다.

고인은 승부를 떠나 어린 선수들에게 기본기를 충실하게 가르치고 ‘생각하는 농구’를 강조한 훈련으로 진정한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동안 길러낸 제자만도 1000명이 넘는다. 유희형(한양대 겸임교수) 김동광(삼성 썬더스 감독) 이충희(고려대 감독) 정태균(국민은행 감독) 강동희씨(LG 세이커스 선수)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스타 플레이어들이 모두 고인의 손을 통해 ‘재목’으로 성장했다.

고인은 40년 가까이 제자들을 지도하면서 한 번도 매를 들지 않았다. 제자 유희형씨는 “선생님은 우리를 선수가 아닌 아들이나 손자로 여겼다”며 “선수들도 선생님을 코치가 아니라 할아버지라고 불렀다”고 회고했다. 선배 선수가 후배를 못살게 굴면 “선수에 앞서 사람이 되어야 한다”며 며칠씩 체육관에 들어오지 못하게 한 일도 있었다.

고인은 96년 코치직을 은퇴한 뒤에도 최근까지 매주 두 차례 팔순 노구를 이끌고 학교로 가 손자뻘 선수들을 지도해왔다. 가끔 제자들이 찾아가면 어린아이처럼 기뻐했던 고인은 지병인 심장질환으로 4일 입원했다가 이날 심근경색으로 타계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점례씨(83). 빈소는 인천 동구 송림동 인천의료원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1일 오전 9시. 032-580-6698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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