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황호택/개인정보 해킹

  • 입력 2003년 5월 15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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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직 근로자들은 출근하면 컴퓨터를 켜고 e메일 읽기로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것이 정보화 시대의 회사 풍경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읽어보지 않아도 될 e메일을 지우는 것으로 하루 업무를 개시한다. 정작 읽어봐야 할 e메일보다는 스팸 또는 음란 메일이 압도적으로 많다. ‘오빠 심심해’, ‘무좀 때문에 고생하십니까’ 등의 스팸을 지우다 보면 업무상 꼭 봐야할 메일을 지워버리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밤 사이에 배달된 인터넷 쓰레기 더미 속에서 필요한 정보만 골라내는 작업은 적지 않은 스트레스이다.

▷쓰레기 메일로 인해 이용자가 부담하는 비용이 세계적으로 연간 100억달러에 이른다는 보고서도 있다. 쓰레기 생산자들은 도대체 어디서 e메일 주소를 구했으며 신상정보를 어떤 방법으로 알아낸 것일까. 홈페이지 게시판 커뮤니티에 올라 있는 e메일 주소를 긁어모으는 방법은 원시적이라고 할 만하다. 신용카드 이동전화 인터넷서비스 회사들은 고객이 서비스를 이용함에 따라 가입시 제공한 신상정보에다가 구매력 소비취향 등을 덧붙여나간다. 이렇게 축적된 개인정보를 기업들간에 고객의 동의 없이 공유하기도 하고 몰래 빼내 팔아먹는 범죄도 생긴다.

▷개인정보의 중요성, 유출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던 시절에 네티즌들은 e메일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신상정보를 인터넷 업체에 제공했다. 수많은 인터넷 업체들이 명멸하는 와중에서 이들에게 제공된 개인정보는 어떻게 되었을까. 인터넷 인프라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개인정보 관리자의 윤리의식과 보안기술은 부끄럽기 짝이 없어 마음을 놓을 수 없다. 기업들은 해커가 고객정보를 송두리째 빼내갔는데도 경찰이 알려줄 때까지 해킹당한 사실조차 모르고 있을 정도이다. 대형 신용카드 회사들은 고객의 금융 및 신상정보를 보험사에 제공하고 수수료를 챙긴 일도 있다.

▷개인정보는 철저한 보호를 받아야 할 프라이버시에 속한다. 정보화 시대에 프라이버시의 개념은 사생활을 침해받지 않고 의사소통의 비밀을 보장받을 권리뿐만 아니라 개인정보에 대한 통제권까지를 포함한다. 반면에 국민이 세금을 내서 생산되는 공적 정보는 그 주인인 국민에게 공개돼야 한다. 행정의 투명성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적 정보의 공개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은 반대로 굴러간다. 개인정보는 공권력 또는 기업에 의해 쉽게 유출되는 반면에 공적 정보는 생산에 ‘참여’한 사람들이 아니면 접근하기가 갈수록 힘들어진다. 우리 사회에서 거꾸로 가는 것이 하나둘이랴마는….

황호택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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