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백두대간 파괴 이대로 좋은가

  • 입력 2003년 4월 4일 1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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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천지에서 시작해 지리산 노고단까지 한 번도 끊기지 않고 이어지는 백두대간은 한반도의 등줄기에 해당하는 생태의 보고이다. 백두대간은 식물의 종이 확산하고 야생 동물이 이동하는 통로일 뿐만 아니라 한강 낙동강 금강이 발원하고 국립공원 7개소가 터를 둔 생태 네트워크의 중심이다. 국토의 대들보로 버티고 있는 백두대간이 난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녹색연합의 보고를 접하며 부끄럽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광산 채석장이 백두대간을 흉하게 갉아먹은 모습은 눈앞의 이익만 따지는 인간이 저지른 환경 파괴의 참상이다. 한번 훼손된 환경을 복원하는 데는 환경 파괴에 걸린 것보다 수십 배에 해당하는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백두대간의 허리를 잘라 놓은 개발 사업자들에게는 훼손된 자연을 원래의 모습에 가깝게 돌려놓는 환경 복원의 의무를 무겁게 지워야 한다.

백두대간에서 이루어지는 30개 사업장 중 상당수가 댐 관통도로 변전소 등 국책사업이라고 한다. 국책사업은 특별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환경 관련 규제를 쉽게 빠져나갈 수 있어 난개발을 더 부추기는 실정이다. 민간사업에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국책사업은 ‘국책’을 구실로 환경적 고려를 피해나가게 하는 이중 잣대를 버려야 한다. 환경이야말로 어떤 국책보다도 훨씬 중요한 국책이어야 한다.

높은 인구밀도의 나라에서 소득과 삶의 질을 높이려다 보면 국토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개발 수요를 완벽하게 차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빼어난 환경을 갖춘 백두대간은 철저히 보존해야 하고 어쩔 수 없이 개발이 필요한 곳이라도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한으로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환경을 먼저 생각하는 개발이야말로 유엔이 정한 ‘지속가능한 개발’의 참뜻이다. 백두대간은 우리 대에서 이용하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후대가 지속적으로 삶을 이어갈 민족의 자연 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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