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블로우백'…美의 강력한 대외정책이 낳은 역풍

  • 입력 2003년 3월 28일 17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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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우백/찰머스 존슨 지음 이원태 김상우 옮김/331쪽 1만3000원 삼인

‘블로백(blowback)’이란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한 관료가 내부용어로 처음 만든 것으로, 미국의 강력한 대외정책이 낳게 되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의미한다. 한국어로는 ‘역풍(逆風)’ 정도의 단어로 번역될 수 있다. 9·11 테러는 바로 이런 ‘블로백’의 대표적인 사례다.

2000년 초봄 ‘블로백’을 경계하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는 이 책이 발간되자 유럽과 일본에서는 큰 반향이 일어났지만 미국 내의 반응은 냉담했다. 미국인들 스스로 미국 정부만큼이나 그들의 ‘오만한’ 대외정책에 익숙해져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2001년 9월11일 뉴욕 한복판에서 거대한 ‘블로백’이 발생하자 이 책은 곧 베스트셀러가 됐다.

미국 버클리대 정치학 교수를 역임한 저자는 아시아 문제 및 미국의 외교정책 전문가다. 그는 이 책에서 지난 반세기 동안 미국이 벌여 온 대외 활동이 상대 국가와 국민으로부터 반발을 자초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한국에서의 ‘블로백’에 관해서도 상당히 구체적으로 서술한다. 현재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블로백’은 1948년 제주 4·3사건, 1961년과 1979년의 군사쿠데타,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등 한국 현대사의 주요한 비극 이면에 미국이 관련돼 있었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미국인들이 한국에서의 이런 미국의 역할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한다.

세계 곳곳에서 행해진 미국의 이런 행위는 테러나 무력 충돌 같은 ‘상시적 폭력’이나 세계 경제의 왜곡으로 인한 경제적 ‘블로백’을 초래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저자는 미국의 오만함과 어리석음으로 인해 국제적 신뢰를 상실하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유엔의 동의도 얻지 못한 채 이라크 침공을 강행한 미국의 가장 큰 손실은 바로 국제적 ‘신뢰’의 상실이라는 것이다. 신뢰를 상실한 초강대국 ‘미국’은 국제사회의 거대한 ‘짐’이 될 수도 있다.저자는 “21세기는 미국이 전 세계에 뿌리고 있는 증오의 씨앗으로부터 응답을 받는 반격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미국이 군사력과 경제력보다는 ‘외교력과 솔선수범’으로 세계를 이끄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김형찬기자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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