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래서 국민 '알권리' 충족되겠나

  • 입력 2003년 3월 27일 2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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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전제되는 것이 언론의 자유로운 취재원 접근과 정부의 성실한 정보공개다. 많은 국민이 요즘의 언론환경에 우려의 눈길을 보내는 것은 정부가 이에 역행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문화관광부의 예에서 보듯 취재 제한이 지나친 데다 브리핑마저 부실한 경우가 없지 않았던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어제 열린 40개 정부기관 공보관회의가 그 같은 문제점은 제쳐둔 채 여론의 거듭된 지적을 받아온 청와대와 문화부의 일방적인 홍보업무지침을 전 부처로 확대키로 한 것은 그래서 문제라고 하겠다. 기자의 사무실 방문 취재를 금지하고, 필요한 경우 사전예약을 통해 관련 공무원을 만나도록 하겠다는 것은 심각한 취재 제한이다. ‘과장 한 사람을 만나려 해도 공보관을 통해 예약해야 한다’는 것은 취재 봉쇄로 비칠 가능성이 있다. 기자와 접촉하는 공무원의 신원이 노출될 수밖에 없고 내부고발에 따른 정부 비판 보도도 나오기 힘들 것이다. 선별적으로 취재에 응하면서 우호적 매체에만 정보를 흘릴 수도 있다.

개방형 기자실을 도입하고 브리핑을 확대키로 한 것은 충실한 브리핑이 전제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오히려 언론매체들은 국민이 알고 싶어하는 내용을 취재하기 어렵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알리고 싶은 내용만 보도하게 돼 언론의 다양성을 훼손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부처별로 행정 정보공개를 강화하도록 하겠다고 하지만 사문화(死文化)되다시피 한 현재의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을 현실에 맞게 고치지 않는 한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국정운영에 관한 모든 정보는 정부 소유가 아니라 국민의 것이다. 이에 대한 접근을 어렵게 하는 것은 곧 국민의 눈과 귀를 막는 것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정부는 언론 통제로 비치는 홍보지침을 밀어붙이기만 할 것이 아니라 언론계 학계 시민단체 정치권 등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홍보업무의 새 틀을 짜기를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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