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교조, 학부모 苦言 경청해야

  • 입력 2003년 3월 27일 18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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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교육의 당면 과제가 공교육부터 살리는 것이라면 우선 교사와 학부모가 서로에 대한 믿음과 유대를 회복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학부모가 교사를 신뢰해야만 교사들이 과거의 권위를 찾을 수 있다. 교사들도 학부모를 교육의 동반자로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최근 전교조와 학부모가 갈등 관계로 치닫는 조짐을 보이는 것은 불행한 일일 뿐 아니라 ‘공교육 살리기’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는 것이다.

전교조에 대한 학부모의 불안감은 이 단체가 합법화되기 이전에 보였던 급진적 성향에 기인한 측면이 많았다. 요즘 전교조에 대한 우려의 시선은 이처럼 막연한 게 아니라 매우 구체적인 사례에 근거하고 있다.

어제 전교조는 교육부가 도입한 교육행정정보시스템에 반대해 연가 투쟁을 벌였다. 소속 교사들이 학교에 집단으로 연가를 내고 반대 집회를 가진 것이다. 수업시간 중 집회를 갖는 것은 불법이고 당연히 수업공백도 초래됐다. 이번 집회에 전교조가 아무리 큰 의미를 부여한다고 해도 그것이 학생을 가르치는 일보다 중요한 것인지 의문이다. 집단연가라는 것이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교육 당국을 압박하는 수단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학부모는 없다.

이라크전쟁을 계기로 벌인다는 ‘반전(反戰) 수업’에 대해서도 학부모들은 불만이 팽배해 있다. 반전이 옳으냐 그르냐를 따지자는 게 아니다. 전쟁의 어느 한쪽 면만을 부각시켜 학생들을 편향된 시각으로 몰아가는 게 문제다.

마침 학부모로 구성된 시민단체인 ‘인간교육실현 학부모연대’가 전교조 주도의 ‘교육개혁 시민운동연대’에서 탈퇴하겠다고 발표했다. 전교조가 교육개혁보다 교원의 집단이기주의를 우선시하고 있어 같이 활동할 수 없다는 게 이유다. 전교조의 이념이나 성향은 그들이 택할 일이지만 교육이라는 중대한 국가적 업무를 맡고 있다는 점에서 자신들의 모습이 학부모의 눈에 어떻게 비치고 있는지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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