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도 경제운용계획은 항상 장밋빛이었다. 문제는 실천이다. 97년 외환위기는 경제운용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일어난 것이 아니다. 뻔히 알면서도 때로는 정치적 이유로, 때로는 집단이기주의에 밀려 제때 정책을 집행하지 못해 환란(換亂)을 불러들인 측면이 크다.
그래서 가장 강조되는 것은 정책의 일관성이다. 5년간 청사진을 밝혔으면 선후와 완급의 차이는 있더라도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정책이 아무리 좋아도 일관성을 잃어 경제주체들이 예측을 할 수 없으면 효과는커녕 악영향만 나타날 뿐이다.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불확실성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적인 이유로 경제정책 기조가 바뀌는 것은 금물이다.
새 정부 출범 초기 나타난 정책 혼선이나 정부 내 견해가 달라 시장을 혼란에 빠뜨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재정경제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재벌개혁 속도조절론과 관련해 지금도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 그런 사례다. 경제는 각 부문이 밀접하게 연관돼 움직이기 때문에 각 부처가 상황 인식을 공유하고 유기적으로 협조하지 않으면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개혁과제를 추진할 때는 시기 선택과 완급 조절이 중요하다. 같은 정책이라도 시행 시기에 따라 정반대 효과를 낼 수 있다. 국내외 상황과 전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부문별 개혁과제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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