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美 MBA 투자 허와 실]총 투자비 2억∼4억

  • 입력 2003년 3월 23일 17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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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비상을 꿈꾸는 직장인들이 여전히 몰려들고 있는 미국 경영학석사(MBA) 학위의 투자수익률(ROI·return on investment)은 얼마나 될까. MBA를 따기만 하면 억대 연봉이 보장되는 것일까. ‘MBA 투자’의 허(虛)와 실(實)을 점검해보았다.

▽MBA 투자, 거품도 많다=대학 졸업 후 10년 간 회사에서 기획업무를 했던 A씨(39)는 미국의 30위권 이내 대학에서 MBA 학위(마케팅전공)를 취득한 뒤 최근 귀국했다. 전공분야에서 직장을 구하려고 했으나 나이가 많고 마케팅 실무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대기업에 취직하지 못했다. 현재 중소기업에서 부장으로 근무중이다. 연봉은 4000만원선. MBA 취득 비용은 2년 동안의 월급에 해당하는 1억원을 포함해 4억원. 가족을 동반해 비용이 많이 들어갔다. 원금을 회수하는 데에만 10년이 예상된다.

국내에서 학부를 졸업한 뒤 곧바로 미국의 40위권 대학에서 MBA를 딴 B씨(37). 투자비용은 2억원. 귀국 후 급여가 높은 곳을 찾아 계속 전직하면서 3년 간 회사를 5차례나 옮겼다. 현재 연봉 약 3700만원대. 잦은 이직으로 경력관리가 엉망이 된 사례다.

국내에서 석사학위까지 딴 뒤 은행에서 1년 근무했던 C씨(34)는 99년 미국에서 톱 5위권에 들어가는 대학에서 MBA를 마쳤다. 명문대학에서 MBA를 했다는 '자신감' 때문에 높은 연봉을 기대했다. 귀국 후 벤처캐피털리스트로 일하다가 1년 후에는 소규모 벤처회사의 최고재무담당임원(CFO)으로 전직했다. 그러나 벤처붐이 식으면서 회사가 문을 닫자 현재 무직상태이다. MBA 취득비용은 기회비용 7000만원을 합쳐 2억5000만원. 투자비용 회수가 현재로선 난망하다.

▽성공한 투자도 있다=D씨(40)는 외국계 은행에서 3년 동안 근무한 뒤 재무 쪽에서는 2위권에 들어가는 미국 대학에서 재무전공으로 MBA를 땄다. 귀국 후 바로 외국계 은행에 임원으로 취업했다. MBA 투자비용은 기회비용을 합쳐 3억7000만원. 현재 연봉은 인센티브를 포함하면 2억원 선. 이미 손익분기점을 넘어섰으며, 투자수익률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기업 영업 및 마케팅 부서에서 5년 간 근무한 뒤 미국 50위권 이내 대학에서 MBA(마케팅 전공)를 따고 귀국한 E씨(42). 현재는 유럽계 화장품회사의 마케팅 총괄 임원으로 근무중인 그의 연봉은 1억2000만원 선. MBA 투자비용은 기회비용을 합쳐 4억원 가까이 들어갔다. 투자비용은 4년 만에 회수했다.

▽기회비용 줄이는 방법은 있다=SAP코리아의 이건춘 차장(37)은 당초 미국 MBA를 고려했었다. 그래서 계산을 해보니 2억8000만원. 문제는 기회비용이었다. 맞벌이를 하는 이 차장 부부의 연간소득은 1억4000만원 선. 이를 합치니 총 비용이 5억6000만원으로 나왔다. 그래서 이 차장은 산업정책연구원(www.ips.or.kr)이 미국 뉴욕주립대와 공동으로 개설한 테크노경영 석사학위로 방향을 바꿨다. 수업료가 연간 3000만원. 강의가 주말에 있어 직장을 계속 다니면서 학업을 마칠 수 있었다. 전문지식습득, 네트워크형성 등 학위취득에 따른 ‘수익’에 대해 이 차장은 만족하고 있다.

최근 국내 대학에도 MBA나 MBA와 유사한 석사학위 과정이 많이 개설돼 기회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들이 많다.

▽투자에 성공하려면=최근 미국 MBA 학위 취득자가 급증하면서 국내 대기업들조차 톱 10안에 들어가는 대학 졸업자들만을 선별 채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 따라서 남들이 한다고 무조건 MBA를 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IBK 컨설팅의 이종일 상무는 “일반적으로 MBA는 3∼5년 정도의 직장경력을 쌓은 뒤 따는 것이 가장 좋다”며 “30대 후반 이후에 MBA를 취득하는 것은 경력관리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기회비용 등 전체 비용이 너무 많아 다소 무모한 투자”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미래시장을 내다보는 안목도 필요하다. 이 상무는 “톱10 등 명문대학에 진학하지 못할 바에는 남들이 많이 하는 전공보다는 보험이나 부동산 등 특화된 분야를 전공하여 희소성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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