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런 식 '언론과의 긴장관계'라면

  • 입력 2003년 3월 16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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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가 언론을 어떻게 보는지 궁금하다. 혹 정부가 알리는 정보만 받아서 옮기는 것을 언론으로 보는 것은 아닌가. 문화관광부 이창동 장관이 발표한 ‘홍보업무 운영 방안’을 보고 우리는 새 정부의 언론정책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장관이 “언론관에 대해서는 내가 노 대통령의 ‘분신’과 다름없다는 판단을 갖고 있다”고 한 데다 언론 주무부서인 문화부의 조치는 정부의 모든 부처로 파급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문화부가 기자실을 폐쇄하고 브리핑제를 도입한 것은 선진국의 취재 시스템을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청와대가 같은 방식을 취한 후 대변인의 브리핑이 부실하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 현실도 봐야 한다. 문화부 방안도 청와대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번 발표에 따르면 문화부 직원들은 취재기자에게 어떤 얘기를 했는지 공보관에게 보고해야 한다. 이 장관은 정보수급 제한이 의도가 아니라 오보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 방안대로라면 앞으로 정부의 정책 잘못이나 고위 공직자에게 불리한 뉴스가 보도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실명을 내걸고 정부에 불리한 사실을 밝힐 공무원이 있겠는가.

이 장관은 “정부와 언론은 건강한 긴장관계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했으나 그가 선택한 방식은 언론자유를 위협하는 새로운 형태의 ‘언론통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언론자유는 민주주의의 대전제다. 정부의 정보는 정부 소유가 아니라 국민의 것임을 이 장관은 알아야 한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국민을 대신해 정보원에게 접근해 취재 보도하는 것이 언론 본연의 역할이자 임무다. 언론의 취재를 까다롭게 하는 것은 국민의 눈과 귀를 막는 것과 다름없다.

정보소비자를 무시한 채 공급자 위주로 취재를 규제하는 이 같은 언론정책은 과거 어떤 권위주의적 정권도 하지 않던 일이다. 문화인 출신 문화부 장관이 들어서서 내놓은 첫 작품이 언론통제라니 실망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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