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한세대 앞선 ‘환경운동의 선각자들’

  • 입력 2003년 2월 28일 17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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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학자 레이철 카슨, 건축가 겸 도시공학자 르코르뷔지에. ‘인간과 환경’을 화두로 오늘날의 시대정신을 정립한 두 선각자의 책이 뒤늦게 선보였다.

도서출판 양철북은 카슨의 1951년작 ‘우리를 둘러싼 바다’(The Sea Around Us)를 1961년 개정판에 따라 번역 소개했고, 동녘출판사는 현대 도시개념을 정립한 르코르뷔지에의 역저 ‘도시계획’(Urbanisme·1925)을 번역 출간했다. ‘도시계획’의 경우 70년대 판권계약 없이 선보였다 절판된 적이 있지만 정식 출간은 처음.

카슨은 ‘침묵의 봄’(1962)에서 살충제의 오용이 생태계와 자연에 던지는 위험을 경고, 대중적 환경운동의 불씨를 일으킨 환경운동가로 기억된다. 그러나 이 책에서 보듯 그는 ‘운동’과 거리가 먼 해양생태학자였다.

레이첼 카슨.르코르뷔지에

퇴적층 속에 지구의 기후변화를 기록해온 유공충(有孔蟲), 화산 폭발과 섬의 탄생에서부터 유기물 퇴적과 새로운 종(種)의 전파가 이루어지는 과정…. 50년 전에 쓰인 그의 꼼꼼하면서 극적인 기록은 오늘날 다큐채널의 영상물 못지않게 시선을 끌어들인다. ‘침묵의 봄’의집필동기가 된 ‘먹이사슬에 따른 유해물질 농축의 위험’ 역시 이 책에서 일찌감치 경고되고 있다.

“만약 바다에 관한 제 책에 시가 있다면, 그것은 제가 그것을 집어넣은 것이 아니라 시를 빼놓고 바다에 관한 글을 쓸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카슨은 1952년 이 책으로 미국 도서상을 수상하면서 이와 같이 책의 ‘장엄한’ 문장에 대해 겸손의 말을 남겼다.

한편 르코르뷔지에의 ‘도시계획’은 책이 출간된 1920년대의 시대정신을 반영하듯 급속히 확대되는 대도시의 ‘기능성’ 확대에 논의의 초점을 맞춘다.

“당나귀는 갈지자를 그리며 걸어간다. 당나귀는 유럽 도시의 길을 만들었다. 도시에는 대동맥은 없고 모세혈관만 있게 됐다.”

무계획한 도시에 인간의 이성과 기능성을 접목해야 한다고 느낀 그는 교통수단의 증가와 사무 편의를 위한 더 높은 인구밀도를 주장한다.

그러나 그의 계획이 인간성을 배제한 회색의 것은 아니다. 그는 공원과 나무를 늘리고 건물들이 ‘숲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의 대담한 계획은 가상이 아닌 현실의 도시를 위한 것이었다. 파리 중심부를 완전히 철거하고 새로운 시가를 세우자는 ‘부아쟁 계획’이 그것.

이 계획이 실현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전근대의 공간을 인간이성의 합리성에 따라 재배치하자는 그의 구상은 제2차 세계대전과 유럽 복구기, 인구 급증기를 거치면서 여러 비슷한 논의의 모델이 되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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