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파격 내각’, 기대와 우려

  • 입력 2003년 2월 27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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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각은 정부의 얼굴이다. 내각 구성원을 보면 그 정부의 성격과 지향점을 읽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노무현(盧武鉉) 정부의 첫 내각은 ‘파격적 개혁 내각’이라고 부를 만하다. 검찰 내부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46세의 민변(民辯) 출신 여성 변호사를 법무부 장관에 임명하고, 나이로만 따지면 정부중앙부처 과장급인 44세의 전직 군수를 행정자치부 장관에 앉힌 것은 ‘파격 내각’을 상징한다고 할 것이다. 발표된 19명의 각료 중 18명이 40, 50대이고 재야 및 학계 출신이 8명이나 되는 점도 개혁을 위한 파격구도를 말해 준다.

물론 나이와 성, 경력과 관련된 오랜 정부인사의 틀을 깨뜨린 ‘파격 내각’은 기득권과 낡은 사고에 안주해 왔다는 비판을 받아온 관료사회에 새 바람을 일으키는 개혁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정부의 색채가 보수에서 진보로 바뀐 것도 한국사회에 변화의 활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파격 내각’에는 국정 불안정의 우려가 따를 수밖에 없다. 비록 잘못된 관행이나 그릇된 가치관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을 일거에 파괴하는 데는 만만치 않은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고 그것은 자칫 공직사회를 안에서부터 흔들 수 있다. 국정의 중추인 공직사회가 안정되지 못한다면 개혁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 또 진보적 색채의 내각이 현실보다 이념을 좇는다면 개혁은 오히려 국가적 혼란을 부를 수도 있다.

노 대통령은 그동안 ‘개혁 대통령’과 ‘안정 총리’로 국정의 조화를 이루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파격 내각’을 곧 ‘불안정 내각’이라고 성급히 규정할 수는 없겠으나 그런 국민의 우려가 적지 않다는 점은 유념해야 할 것이다.

일부 시민단체 등의 특정인사에 대한 거부로 교육부총리 임명이 유보된 것은 이번 조각의 파격성에 못지않게 우려되는 부분이다. 일방의 목소리가 각료 인선마저 좌지우지한다면 그런 내각에서 균형과 안정을 기대하기는 어렵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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