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경민/‘北核 그늘’ 日군사력 증강

  • 입력 2003년 2월 27일 18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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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8월 북한이 대포동미사일 발사실험을 했을 때 일본은 두 가지를 즉각 결정했다. 하나는 첩보위성을 발사한다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미국과 미사일방어체제를 공동연구한다는 것이었다. 미사일방어체제의 공동연구는 현재 진행 중이지만 첩보위성은 다음달에 2기 그리고 3, 4개월 후에 다시 2기를 발사할 예정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구실로 군사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美지원속 자위대 급속 팽창▼

북한의 위협이 아니더라도 일본 자위대는 미국을 등에 업고 막강해지게 돼 있다. 태평양을 혼자 지배해 오던 미국이 국방재정의 악화를 빌미로 일본을 공동 파트너로 정하고 일본의 대외 팽창을 적극 지원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2001년부터 2005년까지 5년간 시행되는 ‘신중기 방위력 정비계획’ 기간 중 일본은 파격적으로 달라지게 된다. 무려 15년 동안 일본 의회 내에서 반대에 부닥쳐 온 공중급유기의 도입이 결정되고 대잠초계기인 P-3C가 전면 교체됨에 따라 서태평양 전역이 일본의 군사작전 행동반경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수상함정을 공격하는 전투 행동반경의 경우를 상정할 때 일본은 오키나와에서 말레이반도, 이오지마에서 뉴기니 주변과 알류샨열도까지를 커버하는 장거리 전투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일본열도에서 하와이까지의 서태평양 전역이 작전반경에 들게 되기 때문에 새로운 대잠초계기의 별명이 ‘대동아공영권 초계기’라 불리는 이유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대외 팽창형 군사전략이라고 의심받게 된다”며 그토록 논란이 많았던 공중급유기를 4기나 도입하는 일본에서 이제 자위대가 해외에서 활동한다고 해서 격렬히 반대하거나 견제하는 분위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공중급유기가 대외팽창 전략에서 얼마나 중요한가는 미국의 경험에서 확인된다. 미국은 1991년 걸프전이 발발하자 동부 버지니아주의 F-15 전투기 48대를 7차례의 공중급유를 해가며 17시간 만에 사우디아라비아에 배치하는 놀라운 기동력을 보였다. 공중급유기가 없는 해외군사작전은 있을 수 없는데 일본은 1만6500t에 이르는 항공모함급 함정 건조와 더불어 본격적인 해외 군사작전 능력 구축에 돌입하고 있다. 기준배수량 1만7000t급의 이탈리아 경항모(輕航母)가 수직이착륙 전투기 혹은 대잠 헬리콥터를 무려 16기나 탑재할 수 있으니 일본 함정의 능력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고도 3만6000㎞의 정지궤도에 8t 이상의 인공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일본의 H-2A 증강형 로켓 능력은 세계 여느 우주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언제든지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음을 과시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우주정책 관계자는 2002년부터 일본의 우주정책 방향에 있어 ‘국민의 안전을 위해’란 문구를 명시하게 돼 우주를 군사적으로 이용하는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일본 자위대의 대외팽창에 제동장치가 없어져 버린 것이다.

이처럼 한국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 의혹에 코가 석자나 빠져 있는 동안 일본은 물밑에서 조용하게 군사력을 키우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일본의 궁극적 목표는 장차 일어날 중국과의 각축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일본 방위청은 중국의 해양조사선과 해군 함정이 일본 근해를 빈번하게 드나들며 해저 돌출물이라든가 해류 등의 정보수집을 하고 있다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50여년 만에 다시 동북아의 미래에 격랑이 일고 있음을 감지하게 된다.

▼核포기시켜 동북아 안정을▼

이제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어떻게 해서든 북한 핵을 포기시키고 동북아 전체의 평화와 번영을 구축하는 안전보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에 맞닥뜨려 있다. 남북관계와 대미관계에 시선이 집중된 나머지 중국과 일본이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고 그들은 동북아의 미래를 어떻게 구상하고 있는가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한반도의 안정을 위해 이들 각국의 움직임을 세심하고도 신중한 역사인식으로 관찰해야 할 때다.

김경민 한양대 교수·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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