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송문홍/盧 ‘정보마인드’ 달라져야

  • 입력 2003년 2월 25일 19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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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되면 달라지는 게 한둘이 아니겠지만 그중 보고받는 정보가 최고 수준으로 격상된다는 점은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다. 전같으면 구경도 못할 특1급 기밀들이 잠깐이라도 대통령의 눈길을 붙잡기 위해 줄지어 대기하게 된다. 대통령이 행사하는 권력의 근간이 정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통령에게 온갖 정보가 공급되는 것은 최종 정책결정권자가 올바른 판단을 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잘못된 보고에 근거한 정책결정상의 실수가 어떤 폐해를 가져오는지는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1961년 미국의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이 쿠바 카스트로를 제거하기 위해 ‘안전하다’는 정보 보고를 믿고 해병대를 피그만에 상륙시켰다가 참패한 사건이 사례 중 하나다.

국가정보기관은 궁극적으로 대통령에게 정확한 심층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존재한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세계 대부분의 정보 조직이 국가 원수 직속체제로 되어 있는 것은 정보의 ‘최종 소비자’에게 가감없이, 신속하게 전달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보고된 정보를 국가 원수가 얼마나 활용하느냐 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지낸 로버트 게이츠는 “역대 미 대통령들은 가족이나 친구 등 사적 접촉을 통해 얻은 불완전한 정보나 견해를 정보기관의 분석 결과와 비슷한 무게로 받아들이곤 했다”고 회고했다. 아무리 깊이 있는 정보를 내놓아도 대통령이 그것을 도외시할 경우 정보보고서는 한갓 휴지조각에 불과하다. 그런 과정을 거쳐 나온 대통령의 결정이 최선일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국가의 안정과 번영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으로서의 성공 여부는 집합된 정보를 활용하는 능력에 달렸다. 상충되는 내용이 뒤섞인 채 쏟아져 들어오는 정보의 바다 속에서 시시각각 끝없는 결정을 내려야 하는 대통령이 균형 잡힌 정보 감각을 유지할 때 실수는 줄게 마련이다. 대통령의 건강한 정보마인드는 본인뿐 아니라 나라 전체에 큰 ‘축복’인 것이다.

다행히도 노무현 대통령에겐 반면교사가 있다. 전임 김영삼(YS) 김대중(DJ) 대통령이 그들이다. YS는 나라 안팎의 경고 신호를 외면하다가 경제위기를 불러들였다. DJ가 북한 수뇌부의 성향에 대한 정보를 잘못 판단해 빚은 햇볕정책상의 실책도, 사안을 가볍게 여겼다가 실패한 의약분업도 정보 판단상의 오류로 해석될 수 있다. 두 사람 모두 정권 출범 초기에 공연히 정보기관 개혁을 요란하게 추진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노 대통령은 또 다른 면에서 조심할 일이 있다. 그는 ‘가치지향’을 함께하는 인사들만으로 청와대 비서진을 구성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지금 노 대통령이 경계해야 할 일은 반대 논리가 배제된 채 입맛에 맞는 정보만 선택할 가능성이다.

노 대통령은 전임자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기 바란다. 지금은 북핵문제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정보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점이다. 이럴 때 대통령의 건강한 정보마인드는 국운을 살릴 수도, 혹은 꺾을 수도 있다. 노 대통령이 정확한 여론, 자신에게 불리한 정보에도 큰 귀를 열어 놓고 5년을 지냈으면 좋겠다.

송문홍 논설위원 songm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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