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최호원/“경유차 정책 못믿겠네”

  • 입력 2003년 2월 17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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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경유차 환경위원회가 경유승용차 허용기준 및 시기에 대한 합의를 도출했다.

합의안에 따르면 정부는 2006년까지 경유 가격을 휘발유의 85%까지 올리고, 2005년 판매가 허용되는 경유승용차에는 모두 매연 저감장치를 달도록 했다.

2004년 경유승용차 도입을 주장한 현대기아차의 반대는 예상됐지만 다른 자동차회사들의 ‘시큰둥’은 뜻밖이었다.

이들이 반발한 이유는 “정책의 일관성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었다. 정부가 2000년 말 경유와 휘발유의 상대가격비율을 2006년까지 100 대 75로 조정키로 해놓고, 다시 2년 만에 100 대 85로 바꾼 것은 ‘고무줄 정책’이라고 지적한다. 이렇게 들쭉날쭉한 정책인데 3년 후인 2006년 경유값 인상 약속을 어떻게 믿느냐는 것이다.

오후 4시부터 11시까지 7시간 동안 계속된 이날 회의는 지난달부터 계산하면 8번째 회의다. 이처럼 난산(難産)을 겪은 것은 ‘정책 불신’을 의식해서다. 사실 업계의 정책 불신은 뿌리가 깊다.

정부는 지난해 9월에도 환경위원회 전신인 경유차 공동대책위원회의 합의문을 무효화시킨 바 있다. 합의문에 약속된 일부 경유차의 단종이 무산되자 시민단체는 이 회의를 떠났고 다시 환경위에 참여하는 데까지 5개월이 걸렸다.

당시 합의문에 나왔던 ‘단종 예정 카렌스Ⅱ 경유차의 재생산 여부를 다시 논의하자’던 약속도 결국 지켜지지 않았다.

이뿐 아니다. 정부는 쌍용차 무쏘스포츠에 대한 특별소비세 부과 원칙도 우여곡절 끝에 철회했다. 핵심적인 이유는 미국의 통상압력 때문이었다. 이 과정에서 ‘과세하겠다’는 정부 말이 끝까지 관철될 것으로 믿고 무쏘스포츠를 서둘러 산 고객만 특소세를 물어야 했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정부의 정책변화에 온 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 정책의 일관성을 믿을 수 없다면 어떤 산업이 미래를 준비할 수 있을 것인가. 또 산업이 미래를 준비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까.

이런 것이 바로 ‘정책의 일관성과 투명성’이 중요한 이유다.

최호원기자 경제부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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