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정미경/中國시장 벽은 높아지는데…

  • 입력 2003년 1월 22일 19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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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우리 주변에는 중국산 제품들이 넘쳐나고 있다.

22일 무역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산 제품의 한국시장 점유율이 드디어 10% 벽을 넘었다. 지난해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이 30% 이상 급증하면서 중국제품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11.4%까지 올라갔다. 일본과 미국제품에 이어 세 번째다. 특히 지난해 중국산 반도체의 수입은 50% 가까이 늘었다.

반면 한국의 대중(對中) 수출은 어떤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매년 50% 이상씩 수출이 늘어난다고 좋아했지만 요즘 상황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올해 대중 수출이 지난해에 비해 20% 정도만 늘어도 잘한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한국제품에 대한 중국 정부의 곱지 않은 시선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0건의 수입 규제 판정을 내렸다. 이 가운데 9건이 한국산에 대한 것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원인을 한국 업체가 제공했다는 점이다.

얼마 전 반덤핑 예비판정을 받은 폴리에스테르 단(短)섬유와 칩은 국내 업체끼리 물고 물리는 경쟁을 벌이다 화를 자초했다. 휴대전화기용 칩을 공급하던 한국의 두 업체는 서로 납품가격 낮추기를 거듭하다 결국 미국 업체에 좋은 일만 시켰다. 물론 중국 정부가 한국산 제품에 대해서만 의도적인 수입규제를 하고 있는지를 현재로선 확인하기 힘들다.

다만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후 중국의 시장이 점점 원칙에 충실해지는 반면 상당수 한국 기업이나 한국 정부의 정책이 아직도 과거의 관행에 집착한다는 사실만은 분명한 것 같다.

사실 중국에 대한 수출 상당액이 한국 기업의 중국 현지법인에 대한 원자재 공급이었다. 순수 수출은 발표되는 수치처럼 그리 크지 않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국 정부는 무역관련 한중회담 때마다 무역 역조 시정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 기업은 중국 기업과 의향서만 맺어도 금방 중국 진출이 이루어진 양 요란떨기가 여전하다. 한국 기업끼리의 출혈 전쟁도 변함이 없다. 상황은 긴박하게 돌아가는데 모두가 남의 일인 듯하다. 날로 척박해지는 중국시장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걱정스럽다.

정미경 경제부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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