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이라크와 북한' 해법 왜 다를까

  • 입력 2003년 1월 15일 18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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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프전 12년 만에 이라크로의 파병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사담 후세인 대통령의 이라크는 경제성장을 막는 경제제재를 끝내기보다는 대량살상무기를 갖고 술래잡기 하는 것을 더 원하는 것 같다. 한편 북한은 제네바협정 체결 8년이 지났지만 핵무기 보유 권리를 얻으려고 작심한 듯하다.

많은 사람들은 묻는다. 왜 아직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이라크를 공격해야 하느냐고. 그러나 핵무기를 이미 보유했거나 곧 보유하게 될 북한을 공격해야 한다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북한과 이라크를 다르게 다루는 것은 국제적 공평성과는 거리가 멀다. 음모론자들이 말하는 대로 이라크전쟁은 석유를 확보하기 위한 전쟁일 수 있다. 북한의 도전을 소홀히 여기는 것은 북한의 빈곤 때문에 전략적 가치가 떨어진다는 데 기인할 수도 있다.

이라크와 북한에 대한 이 두 가지 판단은 어느 정도 진실을 담고 있으나 정밀한 분석은 아니다. 국제 석유시장에 이라크의 석유가 다시 등장하려면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 이라크 석유가 가진 최대의 효용 가치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세계 유가에 행사하는 막대한 영향력을 줄이는 것뿐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 이라크를 군사적으로 점령하는 것의 장기적 리스크는 너무 크다.

마찬가지로 북한은 실패한 국가의 모든 요소들을 안고 있다. 그럼에도 최상위의 정치 군사적 특권 계급은 국가의 모든 행동에 대한 통제력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이라크보다 북한에 대한 군사행동이 더욱 위험할 수 있다. 후세인의 이라크는 이와 다르다. 그대로 놓아둔다면 이라크는 금방 다시 부자가 돼서 주변국들을 위협할 것이다. 이는 후세인을 망하게 하지 않으면 그가 다시 승리할 것이며, 주변지역은 그 승리의 그늘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매파’와 ‘비둘기파’는 북한 문제를 둘러싼 그들의 끝없는 논쟁을 치워버릴 때가 됐다. 북한 체제의 교묘함은 강경과 온건 정책이라는 두 가지 선택을 모두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대신 현상 유지를 하는 데 최우선 목표를 두자는 견해가 대두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즉 국제사회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와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평양은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기 위해 무장해제의 약속을 해야 하는 힘겨운 시간들을 보내는 것이다.

하지만 이라크에서는 같은 결과가 나오기 어렵다. 후세인 체제는 일주일만 그대로 놔두어도 매우 큰 잠재적 위협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후세인이 가지지는 않았지만 언제라도 사용할 용의가 있는 대량살상무기를 파괴한다는 명분 아래 그의 체제가 공격받을 가능성은 높을 수밖에 없다.

프랑수아 고드망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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