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재경부, 美 압력에 굴복했나

  • 입력 2002년 11월 21일 20시 22분


재정경제부가 미국산 5인승 레저용 픽업트럭인 ‘다코다’를 화물차로 분류해 특별소비세를 면제키로 결정했다는 소식이다. 그동안 미국측이 특별소비세 부과에 줄기차게 반대했던 점에 비추어 재경부는 미국의 압력에 굴복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불과 한달 전에 같은 형태의 한국산 레저용 픽업트럭인 ‘무쏘스포츠’를 승용차로 판정해 특소세를 부과한 것이 잘못임을 인정한 것이니 전형적인 졸속정책이다. 그렇다면 혼란을 일으킨 데 대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하고 생산활동에 막대한 지장을 준 데 대해선 업계에 손해배상도 해야 한다.

대미 자동차 수출로 얻는 이익 때문에 재경부가 미국측의 요구를 거부하지 못했다면 잘못된 일이다. 세금 부과 여부는 전적으로 특별소비세법상 자동차의 용도를 따져 승용차인지 화물차인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또 외국상품이라도 일단 국내에 들어오면 국내 상품과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내국민대우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재경부는 궁여지책으로 건설교통부의 형식승인에 따른 자동차 구분과 특별소비세 시행령 상의 구분을 단일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니 이런 코미디가 어디 있는가. 이번 소동은 두 갈래로 되어 있는 자동차 분류기준 때문에 벌어진 것이 아니다.

국내 소비자들이 항의할 때에는 ‘쇠귀에 경 읽기’식으로 무시했던 재경부가 미국의 통상압력에 밀려 특소세 부과 결정을 철회했다면 이는 국민을 가볍게 보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식으로 내국인을 차별하는 이중잣대가 평소 재경부 관리들의 생각이라면 정부의 경제정책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는가.

재경부가 미국의 통상압력에 밀려 한달 만에 특소세 부과방침을 번복함에 따라 그동안 특소세를 내고 레저용 픽업을 산 소비자들은 대당 300만∼400만원씩 피해를 보게 됐으니 어이없는 일이다. 이미 납부한 특소세는 환급되지 않기 때문에 피해를 본 소비자들의 반발과 소송사태가 예상되는 만큼 정부는 적절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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