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 “내년부터 화폐개혁 추진”

  • 입력 2002년 11월 10일 18시 52분


내년부터 화폐단위를 낮추는 화폐개혁(디노미네이션·denomination)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이르면 2005년부터 새 화폐가 통용될 가능성이 보이고 있다. 100 대 1의 디노미네이션이 시행되면 현재의 1만원은 새 화폐 100원으로 바뀐다.

하지만 정부와 금융계 일각에선 화폐 단위 변경은 많은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 10만원 고액권을 만드는 일이 급선무라고 지적,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한국은행은 10일 자기앞수표 하루 발행장수가 516만장, 발행 비용이 연간 6000억원에 이르러 올해 안에 ‘디노미네이션 시안’을 마련, 내년에 공청회와 정부협의를 거쳐 최종안을 내놓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은은 최종안이 확정되면 2년간의 준비작업을 거쳐 2005년부터 새 화폐가 통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 화폐가 통용돼도 2∼3년간 옛 화폐를 함께 쓰고 △옛 화폐를 새 화폐로 바꿀 때 익명을 보장하며 △옛 화폐와 새 화폐의 2중 가격 표시제 등 후속조치가 뒤따를 것이라고 한은은 덧붙였다.

박승(朴昇) 한은 총재는 “국내 화폐의 단위가 달러 등 국제통용화폐와 비교할 때 지나치게 높아져 사회적, 심리적 비용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화폐단위를 낮추는 것이 재임 중 주요 목표”라고 강조했다. 30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대미(對美) 달러 환율이 네 자릿수 이상으로 표시되는 국가는 한국과 터키 2개국에 불과한 실정이라는 게 박 총재의 지적이다.

디노미네이션을 단행하면 화폐단위가 낮아져 고액권을 발행할 필요가 사라진다.

한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자기앞수표는 하루평균 516만장이 발행돼 99년 446만장에 비해 29.3% 증가했다.

10만원권 자기앞수표는 하루평균 424만장이 발행돼 99년의 328만장에 비해 29.3%나 늘어났고 전체 발행장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82.2%로 8.7%포인트 높아졌다.

상반기에 자기앞수표 취급과 관련된 총비용은 2808억원으로 연간 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한편 화폐단위가 달라지면 초기에 혼란이 클 것으로 우려돼 고액권 발행을 우선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치권 및 금융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차기 정부의 입장에 따라 디노미네이션 추진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디노미네이션 및 고액권 발행은 한은이 정부 승인을 받아서 추진한다.

제목
1999년 연간2002년 상반기
총발행장수 446 516
10만원권 발행장수 328 424
10만원권 비중(%) 73.5 82.2
자료:한국은행

임규진기자 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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