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런 법률로 경제특구한다니

  • 입력 2002년 11월 7일 18시 06분


경제특구를 만들기 위한 법안이 국회에서 다뤄지는 과정을 보면 과연 제대로 된 경제특구가 될지 걱정스럽다. 엊그제 국회 재정경제위원회를 통과한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대로라면 경제특구는커녕 그저 그런 공업단지를 하나 더 추가하게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국회는 경제특구의 의미와 설립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기업 경영하기 좋은 특별지역을 만든다는 당초의 목표는 사라져 버리고 대신 지역구의 이해에 얽힌 의원들과 집단이기주의를 대변하는 특정 부처의 주장에 밀려 기형적인 법안이 된 것은 한심한 일이다.

국제공항이나 항만이 없는 지역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게 되어 국회의원들이 지역구에 생색을 낼 수 있을지는 모르나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를 만든다는 당초의 목표는 실종되어 버렸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전국을 경제특구로 만드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파견근로자를 고용하는 일이나 외국교육기관을 설립하는 일도 어려워졌다니 과연 경쟁력있는 우수한 외국기업이 찾아올지 의문이다.

경제특구는 주변 경쟁국의 특구에 비해 생산원가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주변 여건이 유리해야만 존재 의의가 있다. 이웃 중국의 경제특구보다 열악한 환경이라면 2류 3류의 기업 만이 찾게되고 경제특구를 설치함으로써 경제발전을 가속화한다는 꿈은 이룰 수 없게 될 것이다. 결국은 우리의 국토와 자원을 낭비하는 결과를 빚게 된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지금 세계 각국은 경쟁력있는 경제특구를 만드느라 국경없는 경제전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이 개혁에 성공한 반면 러시아는 실패한 이유가 바로 경제특구 운영의 성패에 기인한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이다. 이번 경제특구계획이 실패로 돌아간다면 입법 과정에 참여한 정부와 국회의원들은 역사 앞에 죄를 짓게 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앞으로 법을 보완하되 시행하면서라도 기업들을 과도한 규제에서 자유롭게 한다는 경제특구의 취지를 되살리기 바란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