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빈 장관의 무비자 입국 선언은 ‘반쪽짜리’

  • 입력 2002년 9월 29일 08시 57분


신의주 특별행정구 양빈(楊斌) 행정장관이 30일부터 중국 단동(丹東)을 통한 신의주 무비자 입국 방침을 밝힌 가운데 28일 단동시 고위 관계자는 “이는 중국 국내법을 바꾸지 않으면 불가능한 문제로 현재로서는 단동-신의주간 통행 방식을 바꿀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 날 단동에서 ‘주간동아’ 기자와 단독으로 만난 이 관계자는 “앞으로 중국 정부가 새로운 정책을 내놓을지는 알 수 없지만 여권만으로 단동-신의주간 통행을 허용할지 아니면 별도의 통행증을 발급할지 등에 대해서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며 “그러나 두 방식 모두 중국 정부의 통제를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양빈 장관의 신의주 무비자 입국 기자회견 이후 나온 중국 정부 관계자의 첫번째 반응으로 양 장관의 발언을 뒤집는 것이어서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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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주 경제특구 소식 단동의 표정

단동시의 또다른 관계자 역시 이날 양빈 장관의 27일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 “처음 듣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양빈장관이 기자회견에서 신의주 무비자 입국과 관련해 중국 정부에 대한 어떤 요구사항을 내놓았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김연철 연구교수는 이에 대해 “결국 양빈 장관의 선언은 중국정부와 사전협의되지 않은 북한측의 일방적 조치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의 협조가 이뤄지지 않는 한 양빈 장관의 무비자 입국 선언은 ‘반쪽짜리’ 선언이 될 가능성도 있다는 말이다.

지금까지 한국인이 중국을 경유해 북한을 방문할 경우 중국 영사당국은 체류기일을 엄격히 제한하는 복수 비자(M)를 발급해 북한 방문 후 중국 재입국을 허용해 왔다. 결국 중국 정부가 한국인에 대해 복수 비자 발급 등의 조치를 해주지 않으면 양 빈 장관의 말대로 한국인의 신의주 무비자 자유 방문은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러나 양빈 장관은 27일 기자회견에서 “한국인도 누구든지 여권만 있으면 30일부터 신의주 방문이 가능하다”고 확인한 바 있다.

이 관계자는 양빈 장관에 대해서도 “2년전 이미 신의주 경제특구 사업을 제의했으나 중국의 신뢰를 얻는 데는 실패했다”고 말했으며 김정일 위원장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양 장관이 김 위원장의 고위급 경제 고문직을 맡고 있다“고 전했다.

단동 = 성기영 주간동아 기자 sky32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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