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이은희/´작은 집짓기´는 환경보호 첫걸음

  • 입력 2002년 9월 16일 18시 18분


김대중 대통령이 퇴임 후 기거할 사저(私邸)에 관한 내용이 신문에 공개되었다. 규모가 만만치 않다. 대통령의 품위유지용으로 수긍이 가기도 하지만 뭔가 씁쓰름하다. 독일의 경우 헬무트 콜 전 총리는 퇴임 후 취임하기 전에 살던 루트비히스하펜의 방갈로형 주택으로 돌아갔고 게르하르트 슈뢰더 현 총리의 사저도 독일에서는 보편적인 임대주택이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00년 1인당 주거면적은 6.1평이다. 서울은 1인당 주거 평균면적이 6.5평으로 전국 평균보다 높고 주택보유율은 89.5%로 낮은 편이다. 서울시의 가구 중 10.5%는 아마도 어떤 집의 방만 빌려 살고 있을 것이다.

독일이나 영국, 미국 등 선진국은 1인당 주거면적이 10평 이상이지만 국토 여건이 우리와 다르다. 일본의 경우 약 9평 정도로 우리보다 넓지만 대도시 시민들은 우리보다도 훨씬 작은 공간에서 기거하고 있다.

이들 나라보다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에서 수도권의 경우 심지어 80, 90평형대 아파트까지 지으며 대형 위주로 나가고 있으니 택지가 부족한 것은 당연하다. 이제는 신도시 개발과 그린벨트 훼손을 감행하면서까지 주택을 지으려고 한다. 또한 강남의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저밀도 아파트단지 주민들은 넓은 주거면적을 갖기 위해 고밀도 아파트단지로 변화하길 학수고대하고 있다. 주거개선지구로 지정된 취락지구에서는 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용적률을 높여 짓는 바람에 이웃집의 창이 코앞에 보일 정도의 주거개악지구로 변해 가고 있다.

이번 사상 초유의 물난리는 천재지변이기도 하지만 인재이기도 하다. 산림은 보호하고 녹지는 제 기능을 찾아주어야 환경재앙을 막을 수 있다. 도시화는 산림 훼손을 가져와 대지가 물을 보유할 수 있는 기능을 상실하게 만들어 비가 오면 단시간에 도시지역에서 모인 많은 양의 빗물이 급격하게 하천으로 흘러들어 홍수 피해를 점점 더 심각하게 만든다.

토지는 유한재이다. 유한한 크기만 쓰는 방안은 있는 것을 쪼개 나누는 것이다. 땅이 살아 숨쉬는 녹지를 늘리고 산림 훼손을 줄이면서 국토를 보전하는 길은 작지만 효율적인 주거공간을 많이 조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 인구의 변화와 실정에 맞는 적절한 크기의 주택 건설을 위한 정부의 주거대책과, 토지를 아끼면서 작은 주거공간을 많은 사람이 함께 나누어 쓰는 국민 의식구조의 변화가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이은희 서울여대 환경·생명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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