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흐느적거려요? 춤추는 것도 아니고….”
12일 오후 9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지하철3호선 교대역 부근 ‘강남서초 실내스키장’. 퇴근 후 이곳을 찾은 남녀 직장인과 학생 10여명이 ‘호랑이 강사’의 매서운 질책을 받으며 슬로프를 타고 내려 오고 있다.
강습을 받은 지 30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어느새 초보 스키어들의 이마와 콧등에는 굵은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대형 에어컨도 이들의 땀을 식혀주지는 못했다.
스키시즌을 두어달 앞두고 ‘올해는 초보 딱지를 떼고 폼나게 설원을 누비겠다’는 야무진 꿈을 꾸며 실내스키장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현재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있는 실내스키장은 대략 8곳. 원래 실내스키장이라 하면 돔형으로 설계돼 수백m 의 슬로프를 갖춘 곳을 말하지만 이런 ‘진짜’ 실내스키장은 일본 남부의 몇 곳을 제외하고는 세계적으로 드문 것이 사실이다.
국내에서는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경기 고양시 일산, 안성시 등에 대형 실내스키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150∼200평 규모에 길이 10m 안쪽의 슬로프를 갖춘 ‘실내 스키연습장’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설원(雪原)은 푹신푹신한 폴리에스테르 재질의 부직포가 대신한다. ‘달리고 싶다’는 중 상급자의 욕구를 채워주기 위해 러닝머신처럼 부직포를 회전시켜 시속 25㎞가량의 속도를 낼 수 있도록 한다. 하얀 인공설을 뿌려놓기도 하지만 녹지 않는 눈이다.
진짜 스키장과는 한참 다르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실내스키장을 찾는 이유는 안전하면서도 자세를 익힐 수 있다는 것.
강남서초 실내스키장에서 9개월을 배운 한 30대 주부는 ”스키 타는 자세가 예쁘다는 친구들의 격려에 집이 양천구 목동인 데도 매주 세 번 꼬박꼬박 이곳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고양시 ‘일산 알파인’의 정몽우(鄭夢牛·51) 사장은 ”실내스키장은 속도감은 떨어지는 게 사실이지만 정확한 자세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며 “아무리 운동신경이 둔한 사람도 한 달(12회)만 배우면 초급수준은 넘어선다”고 설명했다.
운동삼아 장기 회원으로 등록하는 주부들도 많다.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코리아테크노’의 고종문(高鍾紋·42) 사장은 “몸을 구부렸다 펴는 동작을 반복하는 스키는 지방을 없애주는 유산소 운동”이라며 “특히 뱃살을 빼는데 좋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실내스키장은 회원들을 모아 스키시즌에 ‘실전’을 치르는 것은 물론 여름에도 래프팅 윈드서핑 수상스키 등 다른 레포츠활동과 연계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성인 1개월 강습료는 15만∼20만원선이며 근래 인기를 끌고 있는 스노보드는 이보다 2만원가량 비싼 것이 보통. 단체나 어린이, 비수기 요금은 더 싸다.
단 일단 회원으로 등록하면 사정상 빠지는 날이 많더라도 환불을 받거나 보충강습을 받기 어렵기 때문에 개근할 자신이 없을 때는 미리 일정을 협의해 ‘주1회 12주’ 하는 식으로 분명하게 계약하는 편이 좋다.
수도권의 주요 실내스키장 | ||||
업체 | 위치 | 전화 | 월 수강료 | 비고 |
강남 서초 | 서울 서초구 서초동 | 02-592-0934∼5 | 20만원 |   |
미필 스키랜드 | 〃 강동구 길동 | 02-483-6799 | 18만원 |   |
코리아테크노 | 〃 영등포구 대림동 | 02-834-6607 | 20만원 |   |
AMF | 〃 동대문구 신설동 | 02-2231-7784 | 20만원 | 11월 개장 |
분당 알파인 | 경기 성남시 분당구 | 031-712-0140 | 15만원 |   |
인공설스키장 | 〃 | 031-713-2002 | 18만원 |   |
일산 알파인 | 경기 고양시 일산구 | 031-815-0008 | 18만원 |   |
스포렉스 | 인천 부평구 부평동 | 032-504-4700 | 17만원 | 11월 개장 |
(수강료는 성인, 월 12회, 스키 기준가격임)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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