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에 덤터기 씌운 부동산대책

  • 입력 2002년 9월 4일 18시 31분


아파트값을 잡기 위해 올 들어 수차례 발표됐으나 거의 약효가 없었던 부동산 종합대책이 또 나왔다. 아파트 청약제한, 신도시 건설, 보유과세 강화, 주식시장 활성화, 특목고 설립 등 내놓을 수 있는 모든 방안을 총망라하고 있지만 아파트값 안정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거둘지는 의문이다. 그동안 세무조사 등 땜질식 대증요법으로 일관하느라 기회를 놓친 데다 이번마저 아파트값을 잡기는커녕 투기꾼들은 빠져나가고 실수요자들에게 각종 부동산 세금만 무겁게 물리는 부담을 주어 불신과 반발만 부를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번 대책의 골자는 아파트 청약제한과 재산세 양도소득세 중과를 통해 수요를 억제하는 데에 있다. 하지만 아파트 공급의 확대없이 수요만 억누르는 방법으로는 아파트값을 안정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 일시적으로 아파트값이 주춤할지는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아파트값이 안정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아파트값이 안정되려면 무엇보다도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국민은 아파트값이 오르는 근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잘 알고 있다. 현 정권은 2년 전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경기를 살리기 위해 시중에 자금을 풀고, 그것도 모자라 부동산경기 부양책을 택해 아파트 청약자격 완화, 분양권 전매 자유화, 양도소득세 경감 등의 조치를 취했다. 정부가 이번에 청약자격을 다시 강화하고 양도소득세 감면 대상을 축소한 것은 과거의 실책을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정부가 신뢰를 얻으려면 우선 이번 대책으로 졸지에 청약자격이 사라진 약 100만명과 세금을 더 내게 된 아파트 소유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 정책 실패의 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기는 일이 없어야 한다.

그나마 구색을 갖추려고 내놓은 신도시 건설 등 아파트 공급 확대 방안은 더 구체적으로 손질할 필요가 있다. 신도시의 위치나 규모도 확실하지 않고 시기적으로도 최소한 5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효과를 거두기에 앞서 자칫 투기만 불러일으킬 소지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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