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총리인준 잣대 동일해야 한다

  • 입력 2002년 8월 27일 18시 20분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두 번째로 실시된 국무총리 청문회가 끝났다. 장대환(張大煥) 총리지명자에 대한 이번 청문회는 장상(張裳) 전 총리지명자에 대한 청문회 못지않게 실망을 안겨줬다. 신문스크랩 수준의 무성의하고 맥빠진 질문, 그리고 해명은 없이 무조건 봐달라는 ‘머리 조아리기’식 답변은 국민의 기대를 저버린 것이었다. 무엇보다 국민을 낙심케 한 것은 총리가 어떤 자리인데 총리가 되겠다고 하는 사람들의 도덕성이 고작 이 정도냐 하는 것이다.

법을 집행하는 행정부 2인자인 총리가 ‘의혹이 잔뜩 묻은’ 입으로 ‘법대로’를 외친들 어느 국민이 귀를 기울이겠는가. 부실한 청문회에도 불구하고 장대환 총리지명자의 도덕성과 자질은 어느 정도 드러났다고 본다. 그에 대한 여론이 장상 전 총리지명자보다 더 좋지 않다는 분석도 없지 않다.

오늘 장 총리지명자에 대한 인준 투표를 앞두고 우리는 정치권에 두 가지를 주문하고자 한다. 하나는, 첫 총리청문회 때와 동일한 잣대로 도덕성과 자질을 재서 동일한 기준으로 인준 여부를 판단해 달라는 것이다. 법의 저울눈금이 상황에 따라 달라지면 정의가 무너지고 국회는 국민의 신뢰를 상실한다. 여성계에서는 벌써부터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또 하나는, 장 총리지명자가 총리로서의 자격이 있는지 여부만 보고 찬반을 결정해 달라는 것이다. 도덕성과 자질 모두 합당한 경우에만 인준에 찬성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미 국회의원 각자는 장 총리지명자에 대한 평점을 매기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당 분위기나 정치적 고려에 의해 흔들려서는 안 된다. 타협과 절충이 일상화된 정치에서도 원칙의 문제는 결코 타협과 절충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제대로 된 청문회와 인준 절차를 거친 총리를 한 사람도 가져보지 못했다. 다소 진통을 겪더라도 이번에 정말 올바른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 처음부터 기준이 흔들리면 향후 청문회 운영은 급속히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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