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문영일/친환경 댐 만들어 비 피해 막자

  • 입력 2002년 8월 16일 19시 03분


역사를 ‘노아의 홍수’까지 되짚어보지 않더라도, 강가에서 인류문명이 싹튼 이후 홍수가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친 지 이미 수천 년이 지났다. 불과 수년 전의 얘기가 전설로 들릴 만큼 과학문명이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지금까지도 우리는 홍수라는 자연재해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4일부터 열흘이 넘도록 전국 방방곡곡에 참으로 엄청나게 많은 비가 내렸다. 서울 472㎜, 밀양 680㎜, 영월 434㎜, 안동 550㎜,…. 말 그대로 폭우(暴雨)라고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다. 그러나 한강과 금강 지역의 수해는 강우량에 비해 매우 적었다. 사나흘에 걸쳐 분산된 강우 패턴이 주원인이긴 했으나 소양강댐 충주댐 안동댐 등 홍수조절을 위해 건설된 다목적댐들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 홍수가 가장 심했던 강줄기 중의 하나가 남한강 유역으로, 강원 남부지방과 충북 북부지역의 강우량은 400㎜를 넘었다. 충주댐 관리단에 따르면 이번 집중호우 때 충주댐으로는 약 16억㎥의 물이 쏟아져 들어왔지만, 그 중 13억㎥를 댐에 가두고 하류로는 20% 정도인 약 3억㎥만 방류했다고 한다.

충주댐이 약 13억㎥의 물을 가두지 않았거나 방류시기를 8일 21시보다 앞당겼더라면 남한강 일대, 나아가 수도권의 홍수피해는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졌을 것이다. 이 기간 중 약 7억㎥의 물이 소양강댐으로 들어왔는데도 한강 중·하류지역이 홍수로부터 한숨을 돌릴 수 있었던 8일 이후까지 한방울의 물도 하류로 방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동 임하 합천 등 낙동강 수계의 다목적댐 또한 약 12억㎥를 가두었다.

만일 소양강댐이나 충주댐 대청댐 용담댐 안동댐 등에서 약 40억㎥에 이르는 엄청난 양의 물을 가두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한강수계의 소양강댐과 충주댐이 한강 인도교의 수위를 약 2.4m, 금강수계의 대청댐과 용담댐이 하류의 수위를 2.36m, 낙동강 수계의 안동댐 등이 하류의 수위를 3m 이상 낮추는 효과를 끌어내지 못했더라면, 어떤 결과가 발생했을지 상상하기조차 두렵다.

이번 호우 피해를 줄이는 데에는 수계별·댐별 연계운영 및 일괄 관리가 가능하도록 크게 개선된 홍수통제체계의 역할이 컸다. 시시각각 변하는 기상현황과 지역별 강우 및 댐별 저수현황 등에 대한 실시간 자료분석을 통해 최적의 방류시기와 방류량을 결정하도록 개선된 홍수관리 프로그램도 크게 한 몫 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아직 섣불리 단정짓기에는 개선 및 보완해야 할 분야도 많이 남아 있고 자연의 힘 앞에 항상 겸손할 필요가 있는 것도 분명하지만, 이번 홍수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홍수는 어느 정도까지는 조절 가능하다는 것이다. 오지 않는 비를 억지로 오게 하는 일이나, 내리는 비를 인위적으로 멈추게 하는 일은 아직 어렵고도 요원한 일이다. 그러나 댐이 있으면 홍수는 물론 가뭄에 대한 대응능력을 키울 수 있는 것이다. 반복되는 수해를 막기 위해서는 댐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댐이 없는 곳에 댐을 지어야 한다. 최대한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환경 파괴와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는 환경친화적인 댐을 짓기 위해 우리 모두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문영일 서울시립대 교수·토목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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