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영식/남북 합의는 했지만…

  • 입력 2002년 8월 15일 18시 31분


햇볕정책의 성패를 가늠하는 풍향계가 될 것이라는 기대 속에 열렸던 제7차 남북장관급회담이 14일 막을 내렸다. 북한 김영성(金靈成) 단장은 “많은 열매를 남기고 간다”는 말을 남기고 평양으로 돌아갔다.

그의 말대로 이번 회담에서는 제2차 경협추진위원회 및 적십자회담 개최 일정을 확정하는 등 ‘풍성’한 합의가 이뤄졌다. 북측의 태도에도 작은 변화가 엿보였다.

회담 이틀째인 13일 일부 시민단체들이 회담장인 서울 신라호텔 앞에서 인공기를 태운 사실이 보도됐지만 종전과 달리 북측은 이를 문제삼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측 관계자들이 “회담에 영향을 줄 우려가 있으니 기사 내용 중 ‘인공기’ 대목은 어떻게 좀 해달라”고 부탁을 할 정도로 더 초조한 모습을 보였다.

공동보도문의 군사실무회담 조항(2항)에서 우리측은 ‘개최키로 한다’고 발표하고, 북측은 ‘군사당국에 건의키로 한다’고 한 것이 문제가 되자 김 단장은 ‘체제 차이’에서 오는 표현상의 문제에 불과하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김 단장은 “합의사항을 구체화하는 데 책임감을 느낀다”며 전에 없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회담을 취재하면서 받은 느낌은 한마디로 ‘기대반 걱정반’이다. 큰 문제는 없었다고 하지만 회담자세나 전략에서는 ‘구태(舊態)’가 여전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북측은 과거와 다름없이 ‘벼랑끝까지 버티기’ 전략을 고수했다. 그래서 공동보도문 발표가 7시간이나 늦어졌다. 또 여러 가지 밀실·이면합의 의혹을 양산해온 비공개회의도 그대로였다. 남측 수석대표인 정세현(丁世鉉) 통일부장관이 “귀측(북측)은 5, 6개사에 불과한 언론을 마음대로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50여개나 된다. 언론과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고 20여분을 설득했지만 북측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말의 합의만 있고 실천은 없었던 전례를 되풀이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을 떨치기 어려웠던 사흘간이었다.

김영식기자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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