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승련/한은-금감원의 ´정보 감추기´

  • 입력 2002년 7월 18일 18시 09분


7월 들어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은 미묘한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2일 시작된 하나은행에 대한 현장 검사에서 금감원이 그동안의 관행을 깨고 “독자 검사를 벌인 뒤 한은에는 결과만 알려주겠다”며 한은 직원의 참여를 거절한 것이 갈등의 출발점이다. ‘두 시어머니’를 모시는 일이 검사대상 은행에는 너무 번거롭다는 것이 금감원이 내세운 거절의 이유.

이에 대해 한은은 공동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금감원은 은행대출이 부실화될 가능성이 없는지 등을 따지지만, 한은은 통화신용정책 전반을 챙겨야 하는 등 ‘관심사’가 다르다”고 주장한다.

한은 관계자는 “공동검사를 하지 않던 1998∼2000년 금감원이 보내 온 공문을 보면 속이 뒤집어질 지경”이라고 말한다. 총액한도대출, 지급준비금 운용현황 등 구체적인 검사항목을 알려줬지만 금감원은 ‘특이사항 없음’이라고만 알려주곤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검사 정보의 97%를 한은과 공유하고 있다”며 “3%는 경영기밀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외부에 공개하기 힘들다”고 주장한다.

비밀유지를 내세운 정보 독점 현상에서 한은은 과연 피해자이기만 할까.

한은의 한 조사역은 “바로 옆 국(局)에서 자료를 넘겨주지 않는 바람에 재정경제부에 근무하는 대학 동창을 통해 자료를 받은 적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다른 조사역도 90년대 초 고위 간부로부터 “정보는 감출수록 빛난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던 기억을 갖고 있다.

‘힘은 정보력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런 정보 독점 심리가 정부 당국의 공식업무에 개입된다면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옆 부서나 업무파트너인 다른 정부기관을 신뢰할 수 없다면 행정효율을 기대할 수 없다. 게다가 ‘협조 불가’ 판단이 내려진 자료를 대학 친구끼리 주고받는 현상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김승련기자 경제부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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