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최세균/정부 농업보조금 늘릴 때

  • 입력 2002년 7월 15일 18시 45분


여름을 맞아 한적하고 시원한 곳을 찾아 며칠 쉬고 싶은 마음이 들 때면 많은 사람들이먼저 푸근한 고향마을을 떠올린다. 그러나 요즘의 농촌을 생각하면 고향이라는 푸근함보다는 어렵고 소외된 이미지가 앞선다. 농업은 일 자체가 어렵고, 농촌생활은 여러 면에서 소외된 게 사실이다. 그래서 정부나 국민은 농업부문을 지원하고 외국산 농산물 수입을 억제해 우리 농업과 농촌을 보호하고 있다.

우리나라 농업 부문에 대한 보조가 지나치게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우루과이라운드 타결 이후 농업부문에 대한 57조원 규모의 투자계획의 비효율성에 대한 논란이나 얼마 전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농업보조금을 둘러싼 논쟁도 이러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보조금이란 일반적으로 정부에 의한 지원 형태의 지출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농업보조금은 논농사를 짓는 농민들에 대한 소득 보전이나 벼 수매 제도에 들어가는 정부지출 등이 대표적이다.

OECD가 발표한 농업보조금의 개념은 농업보호수준(TSE)을 나타내는 것으로 정부에 의한 직접적인 지원액과 농산물 수입을 억제해 발생하는 국제가격과 국내가격의 차이를 보조금으로 합산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와 같이 농산물의 국내외 가격차가 큰 경우 가격지지 폭이 큰 것으로 나타나 농업보조금이 많은 것으로 계산된다. OECD의 계산에서 보면 우리나라 농업보조금 가운데 가격지지로 인한 부분이 전체의 79%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것은 정부의 재정지출로 인한 직접적인 보조라고 하기보다는 허수에 가까운 것이다.

OECD가 발표한 농업보조금 규모로 볼 때 농업보조금 총액이 가장 많은 나라는 유럽연합(EU)이다. EU의 농업보조금은 우리나라의 5배 이상이다. 그 다음으로 농업보조가 많은 나라는 미국과 일본이다. 우리나라의 농업보조금은 미국의 5분의 1, 일본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농업보조금이 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다고 표현하는 것은 농업보호 수준을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비율이 높다는 점 때문이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경제규모가 다른 회원국들보다 작은 반면 농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다.

우리나라의 정부 재정지출을 통한 농업보호 기능은 매우 취약하다. 국가 전체 예산에서 농업부문이 차지하는 예산의 비중은 매년 감소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소비자 부담을 통한 농업보호에서 점차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으로 옮겨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바야흐로 예산철이다. 소비자와 산업계는 농업투자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버리고 농업과 농촌 발전을 위한 바람직한 투자에 관심을 가질 때다.

최세균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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