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강영오/고성능 고속정 건조하자

  • 입력 2002년 7월 5일 18시 43분


3년 전 제1차 연평해전에서 대승한 한국 해군이 6월 29일 오전 발발한 제2차 연평해전에서는 대패했다. 연평해역을 경비하느라 노병이 된 해군 선배로서 안타깝기 그지없으며 마음 속 깊이 전사자들의 명복을 빌고 부상자들의 쾌유를 빈다.

이제 비참했던 해전의 화약냄새가 다소 가셨기 때문에 냉정을 되찾아 연평해전의 교훈과 대책을 정리해 보려 한다.

첫째, 해군력 운용에 관한 교훈으로서 전방 해역에서 한국 해군은 분쟁을 예방하고 전쟁을 억제하며 적의 도발을 격퇴하고 승리하기 위해 반드시 집중의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3년 전 제1차 연평해전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의 초계함(PC)을 포함한 해군 세력이 집중된 상황에서 막강한 76㎜포의 화력을 발휘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와 반대로 이번 제2차 연평해전에서 패전한 것은 우리 해군 세력이 분산된 상황에서 저능력의 고속정(PKM) 2척으로 무리하게 대응했기 때문이다.

이순신 제독과 넬슨 제독의 해전 승리는 ‘집중’과 ‘기습’의 원칙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간단한 전쟁 원칙인 집중의 원칙을 이해하기는 쉬워도 실전에 적용하기는 어렵다. 북한 함정 2척이 북방한계선(NLL)을 넘었을 때 한국 해군이 초계함 전투단과 고속정 편대의 긴밀한 협동작전으로 대응했다면 북한 함정이 감히 기습공격을 단행하지 못했을 것이다.

제2차 연평해전 이후 3일 만에 작전지침을 변경 강화한 것은 합참이 스스로 잘못을 시인한 것이다. 제1차 연평해전의 교훈을 잘못 적용해 차단기동(밀어내기) 때문에 선제공격을 당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시위기동→경고사격→격파사격 등 3단계로 단순화한 새로운 작전지침은 연평해역을 완전히 분쟁해역화할 뿐만 아니라 평화보다는 전쟁으로 이끌 가능성이 높다.

둘째, 해군력 건설에 관한 교훈으로 한국 해군은 북한의 고속정과 경비정을 제압할 수 있는 해양통제형 고성능 고속정(PHM)을 건조해 전방 접적 해역에 배치하고 전투함과 협동작전을 실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한국 해군의 재래식 PC 및 호위함(FF)에 대해서는 최소한 대 유도탄 방어를 위한 현대화 계획만이라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 PHM은 300∼400t급 초고속 기능에 함대함 유도탄, 20㎜ 벌컨 팔랑스(대 유도탄 점방어)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북한의 연안 유도탄기지, 해안포 및 비행장 등은 한국 해군의 전방 접적 해역에서의 해상작전에 큰 장애가 되므로 전방 접적 해역에서 작전하는 우리 전투함과 고속정은 반드시 공방능력에서 고성능화 시켜야 한다. 한국 해군의 PC와 PKM은 원래 후방 대간첩 작전에 중점을 두고 만들어졌던 것이 아닌가.

미국 해군은 구 소련 해군력의 붕괴를 계기로 ‘바다에서의 전쟁’보다 ‘바다로부터의 전쟁’에 대비, 연안 합동작전에 중점을 두고 해군력의 고성능화에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다. 한국 해군은 머지 않은 미래에 당면할 위협에 대비해 대양 해군을 발전시켜야 하겠지만 현재의 대북 연안작전을 위한 고성능 연안 해군능력도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

강영오 전 해군 교육사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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