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인간들만 도우며 산다고? '동물들의 사회생활'

  • 입력 2002년 7월 5일 17시 39분


◇ 동물들의 사회생활/리 듀거킨 지음 장석봉 옮김/287쪽 1만2000원 지호

인간이 ‘고등(高等)’한 만물의 영장이라고? 직립보행에 우주를 날아다니며 인간복제까지 가능한 세상을 만들었으니 맞는 말일 수도 있다.

그러나 명예와 지위를 얻기 위해 상대방을 끌어내리고 나와 뜻이 맞지 않는 사람을 적으로 규정하는 인간세계는 혼란스럽다.

동물은 어떤가? 꿀벌과 개미같은 미미한 동물들도 사회생활을 한다. 하지만 이들은 누군가와 경쟁을 하지 않고 묵묵히 함께 일한다. 인간은 비교하길 좋아하지만 동물에겐 그런 것이 없다. 여유있을 때 자신을 과시하려는 인간과 달리 동물은 자신들이 안락하다면 동료에게 반감을 갖지 않는다. 비록 그것이 본능에서 나온 것일지라도 동물사회는 ‘순수’하다.

원제가 ‘사기꾼 원숭이와 건실한 꿀벌(Cheating Monkeys and Citizen Bees)’인 이 책의 저자는 진화 생물학자. 동물들과 공유하고 있는 협동 요인들에 대해 생태학 진화생물학 심리학 인류학 등의 관점으로 접근했다. 그는 “협동에 관한 동물 연구가 인간의 사회성을 촉진시키는데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고 말한다.

흡혈박쥐는 2∼3일 동안 피를 먹지 못하면 죽지만 동료를 살리기 위해 피를 토해 나눠준다. 암사자는 여럿이 나눠먹을 수 있을 만큼 큰 먹이일 때 함께 사냥한다. 벌이 침입자를 향해 침를 쏘고 죽음을 맞는 것도 동료에 대한 협동적이고 이타적인 정신에 다름아니다.

물론 동물 중에도 무리사냥에서 슬쩍 뒤로 빠지는 침팬지나 적이 나타났다고 거짓 경보를 울려 혼자 벌레를 독식하는 얌체 새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 책은 동물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통해 우리네 사회가 얼마나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지를 새삼 돌아보게 한다.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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