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500원에 산 1000원된 주식 500원으로 떨어지면 반도막?

  • 입력 2002년 7월 3일 17시 53분


“1만원 하던 A종목이 열흘 만에 5000원으로 떨어졌어. 반도막 났지.”

“그걸 얼마에 샀는데?”

“사기는 두어 달 전에 5000원에 샀어.”

“그럼 본전이네.”

“본전이 아니지. 1만원 하던 게 5000원으로 떨어졌으니까 엄청 손해 본 거지.”

개인투자자끼리 흔히 오가는 대화다. 분명히 5000원에 사놓고 원본은 상투(1만원)에서부터 계산한다. 그래서 큰 손해를 본 것 같은 상실감을 느끼고 다음 번에는 무리한 투자에 나선다.

증시에서는 이런 엉터리 계산법을 빗대어 ‘왕서방식 계산법’이라고 부른다. 원본과 수익률을 0.01%까지 섬세하게 계산해도 정확한 투자전략을 수립하기 어려운 판에 이렇게 대충대충 계산해서는 절대 올바른 전략을 세울 수 없다.

포트폴리오의 성격을 잘못 이해하고 수익률을 엉터리로 계산하는 것도 왕서방 계산법의 대표적인 사례. B, C 두 종목을 각각 100원에 샀는데 B는 150원으로 올랐고 C는 70원으로 떨어졌다. 이 투자자는 200원을 투자해 20원을 벌었으므로 10%의 수익을 올린 셈.

그러나 적지 않은 개인투자자는 “C종목에 넣은 돈을 B에 집중 투자했으면 50%의 수익률을 올리는 건데 잘못해서 손해를 봤다”고 왕서방식으로 주판을 굴린다. 그리고 다음부터 한 종목에 있는 돈 전부를 투자하는 이른바 ‘몰빵’을 한다.

포트폴리오를 짜면서 여러 종목에 나눠 투자하는 것은 최대한 위험을 분산시키자는 취지. 이 투자자는 ‘B에 집중 투자했다면…’ 하고 후회하고 있지만 거꾸로 C에 집중 투자했다면 큰 손해를 입을 수 있었다는 사실을 잊고 있다. 분산 투자해 위험도 줄이고 10%의 짭짤한 수익을 올려놓고도 엉터리 계산으로 더 큰 욕심을 부리는 것.

이 밖에 자신이 100주 정도 산 종목의 주가가 크게 오르면 “그때 1000주를 샀으면 10배는 더 먹는 건데”라고 생각하는 ‘수량 착각’, 100원짜리 주식이 200원까지 올랐고 더 오를 여력이 없는데도 “이 주식이 3년 전에는 1000원하던 주식이야”라며 이익실현을 하지 않고 하염없이 기다리는 ‘시기 착각’도 대표적인 왕서방 계산법으로 분류된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