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자유의 억압 감각적 묘사로 형상화 '폐허의 도시'

  • 입력 2002년 6월 28일 17시 48분


◇ 폐허의 도시/폴 오스터 지음 윤희기 옮김/286쪽 8500원 열린책들

폴 오스터의 작품 중 번역되지 않은 책이 남아 있었던가? 그의 두 번째 장편 ‘폐허의 도시’(1987)가 ‘드디어’ 우리말로 나왔다. 신비주의적 분위기 속에 자유의 억압과 인간의 고독, 열망을 특유의 감각적 묘사로 형상화하는 그의 장기가 초기작답지 않게 생생하다.

‘폐허의 도시’는 모든 것이 사라진 세상.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집 없는 사람들이다. 곳곳에서 저질러지는 도둑질은 더 이상 범죄라 할 수도 없다. 유일한 탈출구는 죽음 뿐. 그것이 자살이든 타살이든.

안나 블룸은 실종된 오빠를 찾기 위해 이 회색 세계로 떠난다. 안나는 쓰레기만 남은 물건들 속에서 먹을 것과 잠잘 곳을 찾는다. 꼬임에 빠져 인간 정육점에 잡혀가기도 하고, 우정과 사랑으로 뭉친 공동체 ‘워번 하우스’에서 그곳의 일을 돕기도 하지만, 점점 살림이 궁핍해지자 도시를 떠나자는 결정이 내려지는데….

미국 언론들의 평이 아니더라도 여러 면에서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나 오웰의 ‘1984년’을 연상시키는 회색빛 디스토피아(distopia) 소설이다. 신비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때로 현실보다 더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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