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주부 모니터 "주거품질 A부터 Z까지 살피죠"

  • 입력 2002년 6월 23일 17시 52분


하우스토피아 주부모니터들이 아파트 품질점검 결과를 논의하고 있다. [사진=권주훈기자]
하우스토피아 주부모니터들이 아파트 품질점검 결과를 논의하고 있다. [사진=권주훈기자]
“주방 작은 창문에 방충망이 안 달렸네. 리스트에 표시하세요. 관리실에 바로 알리게.”

“43평형이나 되는 아파트에 붙박이장이 거의 없는 것은 문제인 것 같아요. 모델하우스 볼 때도 그랬지만 현관 옆 벽 때문에 집이 답답해 보이는 면도 있어요.”

20일 현장에 나온 6명의 주부모니터는 현재 입주 중인 서울 마포구 공덕2동 삼성래미안 아파트를 ‘이 잡듯이’ 살펴본다. 주거 정보 사이트 ‘하우스토피아’(www.housetopia.co.kr)의 주부 모니터인 이들은 삼성물산의 의뢰로 아파트에 대한 품질검사를 한다. 입주하기 전 한 가구도 빠짐없이 일일이 들어가 점검을 하고, 입주 이후에도 확인 방문을 해 입주자에게 불편한 점이 없는지 확인한다.

“공산품은 KS 마크가 찍혀 나오지만 아파트는 준공 검사만으로는 놓치기 쉬운 점들이 있어요. 각 가구가 하나의 상품이라고 볼 수 있으니까 소비자는 일정 수준 이상의 주거 품질을 요구할 권리가 있죠.”

하우스토피아 운영자인 이현숙씨는 “주거의 가치는 주부가 가장 잘 안다”고 덧붙였다. 품질 검사 품목은 ‘집 안에 설치된 모든 것’이다. 문이 부드럽게 열리고 닫히는지, 전원이 안들어오는 플러그는 없는지, 창문이 깨진 곳은 없는지, 수돗물은 잘 나오는지…. 전등도 일일이 다 켜보고, 문은 하나하나 잠갔다 열었다 해본다. 현관 벨, 자동 잠금장치, 빌트 인 가전제품 등도 이들의 심사를 피해가지 못한다. 하자가 있으면 심각한 정도에 따라 1점부터 5점까지 표시를 한다. 한 집을 보는 데 걸리는 시간은 통상 40분. 한 단지가 수백 가구가 되다 보니 문고리가 고장나 있거나 전등에 전구가 없는 등의 하자가 발견되기도 한다. 화장실 안에서 문을 잠가 봤다가 갇혀버린 적도 있었다.

주부모니터 유태경씨는 “집을 보는 눈이 높아진 것도 큰 소득”이라고 설명했다. 불이 나면 현관문이 방화벽 역할을 하므로 복도가 집 안보다 안전하다거나, 온돌마루는 습기에 약하고 코팅을 하면 안된다는 등 주변 사람에게 ‘반(半) 전문가’ 소리를 들으며 조언을 해준다. 도어록 장치나 탈수기, 보일러 사용법에도 통달해 ‘맥가이버 유’로 통할 정도. 모니터 활동을 하기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기계나 장치를 다룰 줄 모른다고 지레 포기할 필요가 없어요. 주부들이 배우려 하지 않는 것도 문제예요. 뭔가 안 되면 무조건 관리실에 고장 신고를 하거든요. 조금 전에도 이미 입주한 어느 집에서 보일러가 안 된다고 해서 가 봤더니 콘센트가 안 꽂혀 있더라고요.”

“오디오를 사면 설명서를 꼼꼼히 읽듯이 집안의 각 장치 사용법을 바르게 알고 있어야 집을 소중하게 쓸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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