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노인들의 사회,그 불안한 미래'

  • 입력 2002년 6월 21일 17시 37분


◇ 노인들의 사회, 그 불안한 미래/피터 G 피터슨 지음 강연희 옮김/372쪽 1만5000원 에코리브르

1997년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남자 70.6세, 여자 78.1세. 1973년에 비해 남자 11.0세, 여자 11.1세가 높아졌다. 기뻐만 할 일은 아니다. 전쟁 직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중년기를 지나고 있으며, 최근 출산율 저하로 세금을 낼 젊은이와 연금을 수령할 노령층 간의 불균형이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바야흐로 노령화 사회의 입구를 통과하고 있다. ‘총인구 대비 65세 인구가 몇 퍼센트 이상’이라는 ‘노령화 사회 계산 공식’은 제쳐 두고라도, 이런 현상이 앞으로 어떤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인지, 대책은 무엇인지 생각해 봄 직한 때가 아닌가.

투자은행인 블랙스톤 그룹의 회장이자 미국 역대 대통령의 자문역을 맡아 온 저자는 노령화 사회의 특징과 문제점을 살피는 것에 그치지 않고 노령화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전략까지 자세하게 분석한다.

마가렛 대처 전 영국 총리의 일화는 ‘노령화 문제’에 대한 지도층의 인식을 잘 보여준다. G-7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제기하려했던 대처는 다른 나라 지도자로부터 어이없는 대답을 듣고 만다. “물론 심각한 문제이지만, 다음 세기 초까지는 크게 부상하지 않을 겁니다. 우리네 달력에는 표시할 일이 없을 걸요.”

이 엄연한 위기 앞에서 인구통계학이 말해주는 사실과 대중의 기대, 정부의 재정 현실은 항상 충돌하고 만다. 로마노 프로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앞으로 25년 안에 유럽인 약 1억1300만명이 연금 수령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유럽 전체 인구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수치다. 오늘날 선진국에서 일반화된, 일하는 젊은이들로부터 일하지 않는 노인에게로 현금이 옮겨 가는 ‘부과방식 은퇴 연금제도’로는 급속히 늘어나는 노령 인구를 감당하기 어렵다.

‘그 때가 되면 누가 일하고, 세금을 내며, 미래를 위해 저축하고, 다음 세대를 키울 것인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라고 해도 엄청나게 많은 노인들을 부양할 여력이 있을까? 아니면 미래의 노인들 중 상당수가 현재 약속받고 있는 연금 급여 없이 살아가야만 할까? 그렇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저자가 제시하는 생존 전략은 6가지. △근로기간을 연장하도록 장려해서 노인들의 사회 의존도를 낮춘다 △비노인 계층의 근로 활동을 확대한다 △더 많은, 보다 생산성 있는 다음 세대를 길러낸다 △자식의 의무를 강조한다 △재정적인 필요에 따라 상이한 혜택을 주도록 해 급여 비용을 절약한다 △노후 자금을 미리 저축하도록 장려한다 등이다.

주로 서구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사례를 들고 있지만, 기금 고갈 위기에 처한 공적 연금 시스템 등 노령화에 대한 사회적 부담을 떠 안은 우리 사회에 대입할 때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시원한 해법을 제시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껏 뒤로 밀쳐 뒀거나 생각해보지 않았던 문제들을 던져준 것만으로도 의미를 지닌 책이다.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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