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텅빈 관람석' 민망하다

  • 입력 2002년 6월 16일 22시 46분


외국팀끼리 맞붙는 월드컵 경기장에 빈 관람석이 많이 보여 썰렁한 분위기다. 15일 제주 서귀포에서 열린 독일과 파라과이의 16강전 경기는 무려 40%의 공석(空席)이 발생했다고 한다. 한국팀이 나서는 경기에 표를 구하느라 밤샘 줄서기를 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한국에서 열리는 월드컵 경기는 16강전부터 3, 4위전까지 아직 6경기나 남아 있다. 남은 경기에서라도 빈자리를 최대한 줄이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 같은 ‘텅빈 관람석’은 우리가 벌였던 외국 관람객 유치전략이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해외입장권 판매 대행을 맡은 영국 바이롬사의 업무 미숙으로 인해 개막식을 포함해 대회초기에 대량 공석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빈자리’ 문제는 이번 월드컵의 가장 큰 골칫거리로 등장했다.

국내에는 직접 월드컵 경기를 보고 싶어하는 축구팬이 많다. 남은 경기는 한 번 패배하면 탈락하는 토너먼트방식으로 치러지기 때문에 훨씬 박진감 넘친 경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비싼 티켓 가격, 경기장이 여러 곳에 분산되어 이동시간이 꽤 걸리는 점 등은 관람의 장애요인이다.

이제 시간상으로 더 많은 외국 관람객을 불러들이는 일이 힘들어졌기 때문에 남은 방법은 국내 관람객을 경기장에 유치하는 일이다. 개최도시와 단체는 관람석을 가능한 한 채우기 위한 여러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대기업들도 연고가 있는 지역사회의 축구 꿈나무를 초청한다든지 학생이나 소외계층에게 관람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물론 가장 바람직한 것은 국내 축구팬들이 외국 경기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역대 월드컵의 좌석점유율은 평균 90% 수준이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가장 관중 수가 적은 대회로 기록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일본과 공동 개최한 이번 월드컵은 여러모로 일본과 비교되고 있다. 좌석점유율도 비교 대상이다. 한국이 월드컵 개최국으로서 진정 축구를 사랑하는 나라임을 보여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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