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골치 아픈 수학, 산책하듯 즐기기

  • 입력 2002년 6월 14일 17시 31분


수학의 유혹/강석진 지음/300쪽 9500원 문학동네

축구공 위의 수학자/강석진 지음/357쪽 8800원 문학동네

책상 위에 어딘가 닮은 두 권의 책이 도착했다. 같은 저자에 같은 출판사, 장정(裝幀), 두께까지도 비슷하다. 그런데 두 권은 나란히 꽂히기를 한사코 사절한다. 초록색 ‘수학의 유혹’이 가로 1.8cm 더 길어서 자기만 앞으로 튀어나온다.

내용을 넘겨보니 나란히 꽂힐 수 없는 이유가 또 하나 있다. ‘수학의 유혹’은 듀이 십진분류법상의 ‘수학’ 항목으로 분류돼야 할 것이다. 반면 함께 나온 ‘축구공 위의 수학자’는 ‘스포츠’ 항목으로 분류되어 마땅할 책인 것이다. 혹 기억이 난다 싶다면….

맞다. ‘축구공…’은 6년 전 전 발간돼 한때의 운동선수 지망생들이었던 수많은 ‘TV앞 스포츠광’들을 추억에 젖게 만든 책.

당시 서울대 수학과 교수였던 저자는 1년만에 500골을 기록한 스타 플레이어 겸 구단주시절(물론, 초등학생들 동네축구)에서부터 스포츠 주간지의 제법 잘 나가던 객원기자 시절, 그의 영원한 우상인 ‘농구천재’ 허재에 대한 자잘하면서도 소소한 단상 등을 특유의 위트넘치는 필치로 엮어냈다. 몇 개의 주석을 첨가한 뒤 출판사를 바꾸어 낸 책이 바로 이번에 나온 두 권중 하나다.

그러나 맛깔난 ‘말빨’을 취미에 관한 책에만 사용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고등과학원 교수로 재직중인 수학자인데. 그래서 그가 내놓은 새 책이 ‘수학의 유혹’이다.

수학이라, 그 이름만으로도 골치가 지끈지끈 아파지는 사람의 수가 많은 건 누가 뭐래도 사실이다. 그런 만큼 교양삼아 ‘수학 책’을 사려는 사람이라면 경계심을 풀기 힘들기도 하다. ‘도대체 어떤 수준의 독자층을 겨냥한 책일까?’

다행히도, 저자는 중고등학교생의 눈높이에 이 책을 맞춰주었다. 게다가 ‘지금 이 나이에 다시 수학 공부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어찌했으면 좋을지 헷갈리는’ 어른들도 ‘가볍게 커피 한 잔 마시는 기분으로’ 이 책을 들여다보기를 권하고 있다. 조심조심 살펴보기로 하자.

지구를 한 바퀴 감은, 정확히 지구 둘레 길이인 로프가 있다. 이제 이 로프를 10m만 늘려서 지구 표면과 로프 사이에 약간의 틈을 공평히 주려고 한다. 그 ‘약간의 틈’은 얼마나 될까? 아메바 하나 크기? 개미 한 마리 크기? 사람 하나 키 정도?

답은 놀랍게도 10나누기 2π, 그러니까 약 1.6m인 사람 키 정도 지표면에서 뜨게 되는 것이 맞다. 그럴 리가 없다고? 지구 둘레가 얼마나 큰데? 그렇지만 이것은 엄연한 ‘수학적 진실’이자 어림짐작을 허용치 않는 ‘완벽히 엄밀한’ 진실이기도 한 것이다. “거 봐, 수학적 사고방식이 얼마나 위대하냐?” 회심의 미소가 보이는 것 같다.

보너스 하나. 소수(2 이상의 어떤 자연수로 나누어도 나머지가 남는 수)의 개수는 유한한가? “그걸 어떻게 알아내?”라고 말하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 ‘쉽고 재미있고 아름답고 우아한’ 증명이 있으니 바로 다음과 같다.

만약 소수의 개수가 유한하다면, 그 유한한 소수를 모두 곱해서 생기는 어떤 수를 상상할 수 있다. 그 수에 1을 더해보자. 이 수 역시 소수가 된다. 그러므로 ‘가장 큰 소수’란 있을 수 없으며 소수의 개수는 무한하다. Q.E.D. (quod erat demonstrandum·이와 같이 증명되었도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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