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新聞]「アソ」の生まれる日

  • 입력 2002년 6월 8일 23시 13분



▼한중일 공통통화 탄생하는 날

6월2일 일요일.부산에서 열린 남아프리카와 파라과이전은 가슴이 아플 정도로 빈자리가 많았지만 경기 내용은 초보자가 보기에도 역동감이 넘쳐흐르는 것이었다.심하게 과장을 하거나 화면을 빨리 또는 천천히 조작해 보여주는 TV영상을 떠나 선수와 공의 실제 속도와 날카로움을 그대로 볼 수 있었다. 시간이 멈추지 않는 것도 재미있다.

이 경기는 ‘4대륙의 만남’으로도 보였다. 아프리카와 아메리카의 양대륙에 있는 두 나라가, 축구의 본고장인 유럽으로 연결되는 아시아대륙이 바다에서 끝나는 극동에서 맞붙은 것이다. 그 묘미를 맛보고 있으려니 얼마 전 휴가 때 들렀던 유럽에서의 일이 떠오른다.

이탈리아 로마역에서 신문을 사고 거슬러 받은 동전으로 파리에서 지하철표를 살 수 있었다. 지극히 당연한 일이긴 하다. 그러나 동전의 한쪽 면은 나라마다 도안이 다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인체비례도’가 새겨진 동전이 프랑스 지하철의 자판기 깊숙한 곳으로 빠져 들어가는 모습에는 유로가 만든 작은 신세계가 투영되고 있었다.그래서 500엔짜리와 아주 닮은 500원짜리 동전을 바라보며 극동의 가상통화 ‘안’의 탄생을 상상해본다. 아시아의 ‘아’에 일본 한국 중국의 엔, 원, 위안에 공통으로 들어있는 ‘받침’을 붙인 것이다.

‘안’이 ‘아’시아대륙 전체에 사용돼 유로와 어깨를 견줄 수 있게 된다면 ‘아로’가 될 것이다. ‘아’메리카와 ‘아’프리카도 통화이름을 ‘아로’로 하면 어떨까. 그렇다면 아예 ‘유로’도 ‘아로’로 바꿔 전 세계 통화를 ‘아로’로 하면, 하는 순간에 상상이 깨졌다.하나로 통합하려고 할 때야말로 각자의 차이를 존중해야 하고, 그 틀 안에 들어오지 않는 것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

한방의 골은 멋지다. 그러나 공이 쉽게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옆으로 새거나 공방이 벌어지는 것조차도 정겹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다카하시 이쿠오 논설위원

정리〓심규선 도쿄특파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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