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팀의 베스트건강법]삼성서울병원 간이식팀

  • 입력 2002년 5월 19일 17시 45분


가운데 앉아있는 사람이 장기이식센터장 이석구 교수
가운데 앉아있는 사람이 장기이식센터장 이석구 교수
매주 수요일 오후 4시면 성균관대의대 삼성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가 분주해진다. 소아외과 이식외과 소화기내과 소아과 마취과 영상의학과 성형외과의 전문의와 장기이식코디네이터등 15명 이상이 모여 회의를 하기 때문. 이들은 ‘간 이식’이라는 협주곡을 위해 각자 맡은 악기를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의 단원과 같다. 여기서는 단 한번의 ‘불협화음’도 허용되지 않는다.

삼성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는 94년 12월 문을 열었다. 물론 그 전에도 간이식팀이 존재했지만 장기이식센터의 개원과 함께 소속 전문의들이 모두 미국 존스 홉킨스대에 가서 연수를 받았다. 목표는 ‘세계적 수준의 간이식 성공률’.

96년 5월 16일, 뇌사한 30대 남자의 간이 50대 여성에게 이식됐고 결과는 대성공. 간이식팀원들은 그 날을 ‘5·16혁명’이라 부른다. 그뒤 현재까지 195건의 간 이식 수술을 해 80%이상을 성공시켰다(1년 생존율 기준). 최근의 실적만 보면 90%에 육박한다.

장기이식센터장인 소아외과 이석구 교수는 88년 서울대병원 전임의 시절 국내 최초의 간 이식 수술에 동참했다. “수술 뒤 3개월 동안 밤을 새우며 환자와 함께 고생했는데 ‘이게 내 길이다’ 싶었습니다.” 이 교수는 이 경험 때문에 간 이식을 ‘평생의 업’으로 삼았다.

최근에는 소아과 최연호 교수와 함께 국내 최초로 장기 위치가 좌우로 바뀐데다가 정상적인 담도가 생기지 않아 간으로부터 담즙을 제대로 배출하지 못하는 선천성 담도폐쇄증 환자 에게 어머니의 간을 이식하는데 성공했다. 환자는 생후 3개월로 이 교수는 국내 최연소 간 이식이라는 기록도 함께 보유하게 됐다.

이식외과 조재원 교수는 성인의 간 이식 전문가. 거의 매일 수술을 하는 조 교수는 바쁠때면 한 달에 한두 번밖에 집에 들어가지 않는 ‘지독한 일 중독자’라고 주변 사람들은 전한다. 조 교수 스스로도 ‘수술 안하면 허전하다’라고 인정한다.

간 이식에는 죽은 사람의 간을 이식하는 사체 이식과 산 사람의 간 일부를 이식하는 생체 이식이 있다. 사체 이식은 다시 간의 전부를 옮기는 전(全)간 이식과 일부를 이식하는 축소 간 이식, 그리고 떼낸 간의 일부를 다시 나눠 2명에게 이식하는 분할 간 이식이 있다. 생체이식 수술이 더 어렵지만 사체 기증자가 별로 없어 최근에는 생체이식을 많이 하는 추세.

간 이식은 △간염이나 음주 등으로 간세포가 파괴돼 간이 굳어지고 모양이 일그러지는 간경변 △전이되지 않은 간암 △간세포에 효소가 모자라 간에 구리가 쌓이는 윌슨씨병 등의 유전적 질환 △소아의 담도폐쇄증까지 다양하게 적용된다.

간 이식이 결정되면 보통 7일 정도 입원해 다양한 검사를 받는다.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기다리다가 기증자를 찾게 되면 수술을 한다. 간 이식은 신장 등 다른 장기 이식과는 달리 혈액형이나 키 몸무게 등의 체격조건만 맞으면 이식이 가능하다.

간 이식은 10∼18시간이 걸리는 대수술. 수술이 잘됐다고 끝나는 것도 아니다. 그 이후의 관리가 중요하다. 이석구 교수는 “간 이식 과정의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으므로 가족과 친구들의 따뜻한 격려가 필수”라고 당부했다.

간 이식 수술 뒤에는 보통 거부반응을 없애기 위해 평생 면역억제제를 먹어야 한다. 새로운 수술법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현실적으로 방법이 없다. 그러나 적응도에 따라 약의 양을 줄일 수도 있고 끊을 수도 있다. 6개월에서 1년까지는 사람이 많은 곳에 가지 않는 등 감염을 조심해야 한다.

간 이식은 ‘마지막 선택’일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내과적 치료만으로 살아가는데 무리가 없다면 간 이식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상태가 좋지 않다면 더 나빠지기 전에 간 이식을 하는게 현명하다.

조재원 교수는 “기증자가 있는데도 두려움 때문에 수술을 포기하는 환자들이 있다”며 “수술 전 상태가 좋을수록 결과도 좋으니 늦기전에 과감하게 결단을 내려야한다”고 조언했다.

간은 모든 에너지의 원천. 간의 건강법을 묻자 이석구 교수는 “상식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로하지 말고 영양을 고루 섭취하고 적당히 운동하는 것.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중요한 건 ‘실천’이지요.”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

◆ 간이식술 명의들

울산대의대 이승규 교수는 국내 간 이식수술의 꽃을 피운 의사. 동아일보가 선정한 간 질환 분야의 베스트 닥터이기도 한 이 교수는 간 이식 성공률 95% 이상으로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92년 8월에 사체 간 이식, 94년 12월 국내 최초의 생체 부분 간 이식에 성공한 뒤 지금까지 500건 이상의 간 이식을 시행했다. 98년말에는 그때까지 학계에서 공여자의 안전을 해친다고 금기시해왔던 간의 우엽을 이식하는 ‘변형 우엽 간 절제 이식술’을 개발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같은 병원의 이영주 교수는 소아 간 이식의 전문가.

서울대병원 서경석 교수는 동아일보가 선정한 간 질환 분야 베스트 중견의사. 국내 최초로 분할 간 이식에 성공한 바 있다.

가톨릭대의대 김동구 교수는 93년 이후 간 이식수술을 100여건 시행했고 특히 최근 ‘미니조혈모세포 이식후 장기이식법’(본보 5월 2일자 A1면 보도)으로 면역거부반응이 없는 간 이식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아주대의대 왕희정 교수는 수도권 지역의 간 이식을 주도하고 있다. 현재 독일 로스톡 대와 공동으로 인공 간 보조장치를 간 부전 환자에게 적용하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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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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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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