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오락가락 신용카드정책

  • 입력 2002년 5월 17일 18시 12분


신용카드회사들이 회원의 80%를 최하위 신용등급으로 분류해 폭리에 가까운 수수료를 챙겨 왔다는 사실은 카드회사들의 기업윤리를 의심하게 만든다. 고리대금업자에 가까운 영업 행태를 단속해야 할 정부와 금융감독기관은 이에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니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카드회사들은 최저 등급으로 평가된 회원들에게 연 23∼25%의 높은 현금서비스 수수료율을 적용했다고 한다. 이는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비정상적인 영업 행위이다. 카드회사들은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회원들의 신용을 평가하기에 이런 결과가 나오는지 이해할 수 없다.

고의적으로 신용등급을 낮추었다면 카드회사들은 그에 따른 폭리를 환원해야 하고, 신용카드 소지자들의 신용이 실제로 그토록 나쁘다면 카드회사들의 신용카드 발급에 문제가 있었다는 증거이니 만큼 카드발급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

신용카드회사들은 불과 두 달 전에도 무자격 미성년자들에게 신용카드를 불법으로 발급해온 사실이 적발돼 일부 회사들이 영업정지를 당하기도 했다. 제재를 받고도 불법 변칙영업을 되풀이하는 신용카드회사들도 비판을 받아야 하지만 이를 사전에 방지하고 단속해야 할 정부와 금융감독기관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신용카드 남발로 인한 폐해는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할 정도로 극과 극을 오가는 정부의 신용카드정책에도 그 원인이 있다. 카드회사들이 엄청난 이익을 챙길 수 있도록 길거리 모집 불법카드발급 등을 사실상 용인하며 카드 사용을 권장해오던 정부가 카드 빚으로 인한 자살 살인 등 부작용이 불거지자 방문 모집까지 금지할 것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10만명에 가까운 카드 모집인들이 일자리를 잃게 됐다니 이게 정책 실패가 아닌가.

신용카드회사의 비정상적인 영업 행태와 정부의 정책 실패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미 외국 언론들도 한국의 ‘신용카드 위기’를 지적하고 있고 이로 인해 국가 신용마저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신용카드 정책 전반을 재점검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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