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밖에서 보는 한국증시]서울 주식시장의 과제

  • 입력 2002년 5월 14일 18시 02분


한국 증권사 홍콩법인에서 영업을 담당하는 K씨는 4월 고객(외국인투자자)으로부터 심한 욕설을 들었다. LG화학의 내부자거래 때문이었다. 그는 “나에게 욕을 한 것은 아니지만 무척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기대하는 한국은 여전히 과제를 안고 있다. 외국인들은 한 목소리로 △꾸준한 구조조정과 민영화 △주주이익 극대화 △지배구조 개선과 투명성 등을 바랐다. 한국 증권업계의 시장 전망 능력과 기업분석 선진화에 대한 쓴소리도 빼놓지 않았다.

▽구조조정 지속〓ING베어링 베리 부사장은 “한국의 구조조정 노력을 높이 평가하지만 이는 앞으로도 지속돼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글 싣는 순서▼

- ②길게보면 여전히 매력적
- ①당분간 적극매수 어렵다

알리안츠그룹 투자담당임원 요하임 파버는 “한국에서 투자 유망한 주식은 금융주”라며 “이는 금융 구조조정이 잘 된 까닭”이라고 밝혔다.

하이닉스반도체 현대투자신탁 등의 처리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한 펀드매니저는 “정권 말기가 되니까 정권 초기의 약속을 지키지 않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나타냈다.

민영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하몬 인베스트먼트 펀드매니저 레이먼드 찬은 “KT뿐만 아니라 한국전력 담배인삼공사 등에 정부 지분이 너무 많다. 빨리 민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주이익 극대화〓LG화학 내부자거래는 주주이익을 외면하는 사례로 지적됐다. 하이닉스 처리 문제도 놀랍다는 반응이 많았다. 기업처리를 놓고 이해 관계자가 얽혀 효율적인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는 얘기다.

주주이익 극대화와 효율적 결정을 위해 지배구조 개선도 지속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파버씨는 LG화학 사건에 대해 “한국은 그동안 국제 기준에 맞춰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언제라도 기준을 어기면 자본이 이탈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업이 업종과 어울리지 않는 분야에 돈을 쓴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름을 밝히지 않는 외국계 펀드매니저는 “지난해 한국의 식품업체가 골프장을 산다고 해서 그 주식을 팔았다. 식품업체가 웬 골프장이냐. 일부 한국 기업은 이익을 많이 내도 엉뚱한 짓을 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 지분이 높은 업체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 CEO의 성향이나 외국인 지분을 중요한 투자의 잣대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장전망 기업분석 선진화〓찬 펀드매니저는 한국 증권업계에 대해 “시장이나 종목의 전망에 대해 모든 사람이 비슷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문제”라며 “이는 증시에 악재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4월까지 대부분의 한국 증시 전문가들이 대세 상승을 예상하고 삼성전자 매수를 추천한 것에 대한 비판이었다.

한국 증권사의 자료는 거의 읽지 않는다는 펀드매니저도 있었다. 시간 부족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지만 한국 애널리스트의 한계도 지적됐다. △기본적인 기업가치 분석능력 △영어로 표현하는 능력 △비슷한 외국기업과의 비교 능력 등에 대해 아쉬움을 표시했다.

홍콩〓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주요 사안별 한국 증시에 대한 외국인 평가
사안반응요청
KT 민영화민영화는 MSCI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담배인삼공사 한국전력 등 다른 공기업 민영화 서둘러야 한다.
하이닉스매각결렬이해할 수 없다. 채권단 정부 직원 등의 이해가 얽혀 효율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 D램 가격 등에 당장 악영향은 없을 것이다.빠른 시기에 매각을 마무리지어야 한다.
LG화학내부자거래주주이익을 외면했다. 한국 기업 신뢰성에 흠집을 남겼다.다시는 그러한 거래가 없어야 한다.
대선 등정치일정증시 불안 요소지만 큰 영향은 없을 것이다. 대선 직후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통화 금리 정책의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 구조조정의 걸림돌이 돼서는 곤란하다.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예상한 단계 질적으로 성장하는 계기다. 장기 수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다만 빠른 기간 내에 편입되기는 어렵다. 시간이 걸린다.구조조정 민영화, 기업투명성 제고 등을 지속해야 한다.
증권업계시장전망한목소리를 내는 것은 시장의 악재다. 기업 분석과 영어 표현 능력 높여야 한다. 지나친 확신은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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