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팀의 베스트 건강법]강남성모병원 당뇨병 치료팀

  • 입력 2002년 4월 21일 18시 07분


“전공의 시절 4년 동안 본 당뇨병 환자가 3, 4명이었는데 요즘은 하루에만 80여명의 환자를 진료합니다.”

가톨릭대 의대 강남성모병원 내분비내과 손호영 교수(54)는 국내 당뇨병 환자의 폭발적인 증가 추세를 이렇게 직접 체험에 비춰 설명했다. 국내 당뇨병 환자는 전체 인구의 10% 수준인 500만명. 합병증까지 합치면 당뇨가 사망원인 1위라는 것이 의료계의 시각이다.

77년 전문의가 된 직후부터 당뇨병 연구에 전념해 온 손 교수는 당뇨병에 매달리게 된 이유가 스승인 고(故) 민병석 교수의 ‘세뇌’ 때문이라며 웃었다. 당뇨병에 관심이 많았던 민 교수의 거듭되는 ‘설득’과 ‘회유’를 듣다보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당뇨병 치료를 하게 된 것. 전두환 전 대통령의 주치의였던 민 교수는 82년 미얀마 아웅산 사태 때 작고했다.

손 교수는 25년간 ‘한국형 당뇨병’을 연구해왔다. 함께 팀을 이룬 차봉연 교수(49)는 인슐린의 신호전달체계에 대한 연구에, 윤건호 교수는 한국인에 맞는 새로운 치료법의 발견에 힘쏟고 있다.

손 교수에 따르면 한국인의 당뇨병은 서양인과 다르다. 서양 당뇨 인구의 대부분이 비만인데 반해 한국은 체질량지수(BMI·체중(㎏)을 신장(m)의 제곱으로 나눈 수치) 25 이하의 정상 체중 환자가 전체 당뇨병 환자의 63.6% 일 정도로 많다. 또 서양은 45세 이하의 환자가 거의 없는데 한국은 30, 40대 환자 비율이 점차 높아지는 것도 특징이다.

당뇨병은 인슐린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1형’과 분비되는 인슐린이 제 기능을 못하는 ‘2형’으로 나뉜다. 국내 환자의 95∼99%는 2형 당뇨병을 앓고 있다.

당뇨병의 증상은 ‘3다 현상’ 즉 다뇨(多尿) 다음(多飮) 다식(多食)이라고 알려져 있으나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초기 증상이 없다. 그러다 보니 병을 키운 뒤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40세 이상이거나 △4㎏이상의 거대아를 출산했거나 △체내 중성지방의 비율이 높거나 △가족력이 있으면 매년 혈당검사를 받아야 한다.

특히 서양에서는 당뇨병 증가세가 주춤하고 있으나 아시아의 당뇨 환자는 계속 늘고 있다. 아시아인은 선천적으로 췌장에서 인슐린을 분비하는 베타 세포의 수가 적어 미국당뇨병학회는 이미 ‘아시아인은 당뇨병 위험 인종’ 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당뇨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약물요법과 식이요법, 운동요법의 3박자가 잘 어울려야 한다. 인간의 본능인 식욕을 억제해가며 꾸준히 운동해야 하기 때문에 환자가 힘들어 하는 것이 사실.

완치가 가능하느냐는 질문에 손 교수는 갑자기 안경을 벗었다.

“저의 눈이 나쁜 것이 치료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안경을 끼면 조금 불편해도 못 살 정도는 아니지 않습니까? 당뇨병도 마찬가집니다. 필요한 조치를 하면서 잘 ‘다독거리면’ 됩니다.”

식이요법은 탄수화물 60% 단백질 20% 지방 20%의 비율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흔히 설탕과 동물성 지방은 절대 먹어서는 안된다고 하지만 이 비율을 넘지만 않으면 괜찮다. 커피의 맛을 내기 위해 넣은 설탕 한 스푼에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어떤 음식은 많이 먹어도 괜찮고 어떤 음식은 절대 안된다고 말하는 것이 더 위험하다.

다행히 당뇨병의 치료법은 비약적으로 발전해 현재 경구 혈당강하제나 인슐린 주사제의 성능이 매우 좋아졌고 인슐린 패치나 흡입형 인슐린도 개발 중이다. 인슐린을 자동으로 체내에 투여하는 인슐린 펌프를 이용하거나 췌장에서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도(랑게르한스섬)의 베타 세포를 이식하는 방법도 있다. 윤 교수는 새끼 돼지나 사람의 췌장에서 분리한 췌관세포를 이식에 적합한 베타 세포로 배양하는 연구를 하버드대 당뇨병 센터와 함께 진행 중이다.

현재 강남성모병원에서 당뇨병 치료를 받는 환자 수는 3500여명. 손 교수팀은 밀려오는 환자 때문에 매일 오전 8시에서부터 오후 6시까지 진료에 매달려야 한다.

그래도 환자를 진료할 시간이 아쉬워 윤 교수는 온라인 진료 시스템(www.biodang.com)까지 만들었다. 환자들이 자신의 혈당 관리 차트를 만들고 먹은 약과 체중 질문사항 등을 기록해 놓으면 의사가 답을 해준다. 지금은 특별회원만 이용하지만 앞으로 일반에게도 확대할 계획이며 환자가 휴대전화기로 자신의 혈당을 수시 입력할 수 있도록 만들 예정이다.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

▼당뇨병 치료 명의들

2000년 동아일보가 당뇨병 치료 분야 베스트 닥터로 선정한 연세대 허갑범 교수는 대통령 주치의이지만 거의 매일 병원에서 환자를 돌본다. 그는 1986년 한국인 당뇨병 환자의 상당수가 1형과 2형 당뇨병 사이인 1.5형임을 밝혀내 태평양내분비학회에서 발표했다. 95년에는 전체 몸이 뚱뚱한 사람 뿐만 아니라 배가 나오고 팔다리가 가는 ‘거미형 인간’이 당뇨병 등 성인병에 걸리기 쉽다는 것을 한일당뇨병학회에서 발표하기도 했다.

허 교수의 제자인 이현철 교수는 당뇨병의 유전자 치료법을 개발해서 영국의 의학전문지 ‘네이처’에 발표했으며 이 업적으로 지난해 동아일보사가 수여하는 인촌상을 받기도 했다.

서울대 이홍규 교수는 미토콘드리아의 이상이 당뇨병 발병의 주요 원인임을 세계 처음으로 규명해 국제 당뇨학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으며 이 교수의 후배인 박경수 교수는 정부의 지원을 받아 한국인의 당뇨병 관련 유전자 특성을 연구, 국내 당뇨병 정복의 기반을 닦고 있다.

지난해 본보가 ‘베스트 중견의사’로 선정한 서울중앙병원 이기업 교수는 지금까지 외국 권위지에 30여편의 논문을 냈으며 현재 과학기술부의 지원을 받아 비만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건국대 충주병원의 최수봉 교수는 1980년 29세의 나이에 세계 처음으로 ‘인슐린 펌프’를 개발하는데 성공한 지방의 명의. 인슐린 펌프는 환자가 호출기 모양의 장치를 달고 있다가 필요할 때 단추를 눌러 혈중 인슐린을 조절하는 장치.

▼당뇨병 치료 전국의 명의들▼

이 름소 속전 화
허갑범연세대 신촌세브란스02-361-6045
이현철연세대 신촌세브란스02-361-6045
이홍규서울대02-760-2211
박경수서울대02-760-2211
손호영가톨릭대 강남성모02-590-1421
차봉연가톨릭대 강남성모02-590-1421
윤건호가톨릭대 강남성모02-590-1421
이기업울산대 서울중앙02-3010-3231
김광원성균관대 삼성서울02-3410-2160
이문규성균관대 삼성서울02-3410-2160
이병두인제대 상계백02-950-1001
김응진을지대 을지02-970-8456
최영길을지대 을지02-970-8456
유형준한림대 한강성심02-2639-5400
최동섭고려대 안암02-920-5410
백세현고려대 구로02-818-6551
김진우경희대02-958-8157
강성구가톨릭대 부천성가032-340-2011
최수봉건국대 충주043-840-2111
김현만아주대031-219-5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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