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보관의 일본통신]청소년대회 ‘리그제’로

  • 입력 2002년 4월 11일 17시 39분


최근 한국에서 축구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는 친구에게서 들은 얘기다. 아주 우수한 선수가 아니면 고등학교 1학년때 공식대회에 출전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2년간을 기다려 3학년이 돼야 공식경기에 뛸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3학년이 돼 대회에 나가더라도 예선전에서 탈락하게 되면 그나마 게임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져 사실상 고등학교 3년간 출전할 수 있는 게임수가 매우 적어 걱정이라는 것이다.

크게 놀라진 않았다. 나도 학창시절 똑같은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하나도 바뀌지 않고 있다는 데에 대해선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본의 경우를 보자. 지금 일본은 여러 형태로 청소년 육성 프로그램을 발전시키고 있다. 그 하나로 슈퍼리그를 들 수 있다. 고등학교 연령때의 선수들에게 경기 경험을 많이 주기 위해 도입한 일종의 리그제이다. 슈퍼리그는 기본적으로 18세 이하 리그가 중심이 되지만 16세 이하 리그와 병행 실시하여 고등학교 연령대면 누구나 뛸 수 있다. 현재 일본의 각지역에서 실시하고 있다.

일본의 관동지방에서는 1997년부터 고교팀 위주로 리그전을 실시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고교팀과 프로구단 소속의 유스팀이 같이 리그 전을 실시한다. 내가 살고 있는 큐슈지역에서도 리그전과 관련돼 각종 회의가 계속 열리고 있다. 아마도 내년부터는 리그전이 실시될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이런 리그전을 전국적으로 발전을 시켜 전국 9개 지역리그를 거쳐 전국 최강자를 가리는 방식으로 진행해 선수들이 ‘뛸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준다는 궁극적 목표하에 일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서 파생되는 문제점도 있다. 시간과 돈이다. 그러나 시간적인 문제는 올해부터 주5일만 학교에 가면 되기 때문에 토요일과 일요일을 이용하여 리그전을 실시하면 큰 문제가 없다. 경제적인 문제는 기본적으로는 학부모가 부담을 하되 기업의 협찬과 협회의 보조금으로 충당한다는 계획. 대회 관계자는 전인교육적 측면에서 청소년들이 자라면서 여러 가지 유혹에 빠져 잘못된 일을 막고 축구를 통해 바르게 자랄 수 있어 대회를 구상했다고 말했다.

일본축구가 쑥쑥 발전하는 모습을 현장에서 몸으로 느끼고 있자니 부럽기 그지 없었다.

이제 약 50일 뒤면 월드컵이 한국과 일본에서 열린다. 우리는 경기장에서 환상적인 기술을 펼치며 그라운드를 누비는 스타 선수들의 플레이를 직접 보며 그동안 한번도 맛보지 못한 축구의 묘미에 한껏 빠질 것이다.

지도자라면 누구나 세계적인 선수를 키워내고 싶어 한다. 그러나 욕심만 가지곤 안된다. 지네딘 지단이나 루이스 피구 같은 월드스타들이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게 아니다. 좋은 지도자와 좋은 환경이 이었기에 그들의 ‘탄생’이 가능했다.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우리도 이제 기본적인 인프라는 어느 정도 확보했다. 10개의 월드컵 구장, 그리고 세계 각국이 사용할 훈련캠프용 잔디구장. 이곳에서 한국의 청소년들이 맘껏 뛰는 모습을 보고 싶다.

일본 오이타트리니타 청소년팀 감독

canonshooter1990@hotmail.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