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근원은, ‘우주의 교향악’을 빚어내며 진동하는 ‘초끈(Superstring)’이다.” (초끈이론 물리학자들)
4월1일부터 12일 동안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는 11개의 ‘우주’가 펼쳐진다. 동아일보사와 예술의전당이 주최하고 한화가 협찬하는 ‘2002 교향악 축제’.
올해 교향악축제는 20∼30대의 기교와 힘이 넘치는 신예연주자들이 전면에 나선다는 점이 특징. 2000년 쇼팽국제콩쿠르에서 ‘1등보다 잘쳤다’는 평을 들으며 파란을 일으킨 피아니스트 김정원, 바이올리니스트 예후디 메뉴인의 전폭적 후원을 받았던 첼리스트 이유홍 등이 절정의 기량을 과시한다. 클래식 해설가로 사랑을 받고 있는 피아니스트 박은희가 매일 연주 3∼4분전에 연주곡 특징과 감상법을 설명하는 ‘콘서트 가이드’ 로 나서는 점도 특징.
월드컵이 열리는 올해 교향악축제에는 특히 월드컵 개최 8개 도시 중 대전을 제외한 7개 도시 교향악단들이 참여, 화음의 ‘작은 월드컵’을 펼친다. (월드컵 경기장 건축비용은 인천의 2946억원을 최고로 최소 1400억원대. 지방 교향악단의 예산은 연 8∼25억원선)
올 교향악축제에 참가하는 화제의 악단과 연주자들을 만나본다.
★박태영 지휘 전주시향-기타리스트 이병우 (6일)
지휘자 박태영(39)과 기타리스트 이병우(37). 비슷한 또래 음악인의 만남이지만 둘의 음악적 배경은 사뭇 다르다.
80년대 중반 이병우는 인디밴드 ‘어떤날’ 기타리스트로 활동하며 주목받는 대중음악인으로 떠올랐다.
한편 조총련계 재일교포 출신인 박태영은 당시 북한의 평양음악무용대학에서 지휘를 공부했다. 스승은 2000년 평양국립교향악단을 이끌고 서울에 왔던 북한의 대표적 지휘자 김병화.
이씨는 1989년 훌쩍 빈으로 떠나 빈국립음대를 수석으로 졸업한 뒤 귀국, 클래식연주가로 활동하는 한편 영화 ‘마리 이야기’등의 음악감독을 맡으며 ‘전방위 음악가’로 활약 중이다.
박씨는 1999년 서울바로크합주단 정기연주회를 지휘한 것을 시작으로 국내활동을 시작, 한국에 정착했다. 전주시향과 서울시청소년교향악단 상임지휘자를 맡고 있는 그는 지난해 쇼스타코비치의 칸타타 ‘숲의 노래’ 등 굵직굵직한 구 소련 레퍼토리를 처음 국내에 선보이기도 했다.
이번 교향악축제 연주곡은 글라주노프 교향곡 4번과 로드리고 ‘아란후에즈 협주곡’ 등. ‘아란후에즈 협주곡을 가장 잘 치는 기타리스트’로 알려진 이씨는 “민요적 체취와 애조띤 선율을 지녀 가장 마음에 드는 곡이다. 편안함과 위안을 주는 연주를 펼쳐보고 싶다”고 말했다.
★박은성 지휘 수원시향-바이올리니스트 양고운 (8일)
수원시향은 전임지휘자와 단원들간의 마찰로 유쾌하지 못한 가운데 새 밀레니엄을 맞으며 수도권 음악팬들의 염려를 샀던 악단. 연주력마저 상당수준 추락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지난해 3월 상임지휘자 박은성(한양대 교수)이 취임하면서 일취월장하는 합주력을 자랑하고 있다.
“지난해 수원시향은 새지휘자 취임 후 단 두달만에 교향악축제에 참가했었다. 그럼에도 그들이 선보이는 음향은 완전히 달라져있었다. 악기군(群) 사이의 음량 배분, 품위있는 금관의 연출은 특히 돋보였다.” 당시 연주를 감상한 음악 칼럼니스트 유혁준씨의 평.
올해 ‘교향악 축제’에서는 프로그램 전부를 차이코프스키 일색으로 꾸몄다. 청소년과 20대 남성들에게 인기있는 ‘1812년 서곡’, 차이코프스키 최후의 걸작인 교향곡 6번 ‘비창’, 고금의 바이올린협주곡 중 가장 대중적 인기를 모으고 있는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가 연주된다.
협연자는 최근 활동영역을 유럽에서 고국까지 넓힌 양고운(30). 막스 로스탈 콩쿠르와 파가니니 콩쿠르 등 유수의 콩쿠르에서 입상한 그는 최근 6월 영국 작곡가 윌리엄 월튼의 고향 첼튼햄에서 열리는 월튼 탄생 100주년 기념콘서트에 초청되는 등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다.
“제 연주를 곱고 얌전하다고 평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저는 콘서트에서 ‘양고운’이 아닌 ‘작곡가’를 듣기를 원합니다. 순수한 차이코프스키를 들려드리겠어요.”
★곽승 지휘 부산시향-메조소프라노 김신자 (9일)
1983년부터 14년 동안 미국 텍사스 오스틴 심포니 음악감독으로 활동했고 1996부터 부산시향 상임지휘자로 재직 중인 ‘월드 클래스’ 지휘자 곽승(61). 올해 서울시향 음악고문에도 취임해 서울과 부산, 때로 미국을 오가는 분망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부산시향을 이끌고 올해 교향악축제에 참가한 그의 협연자는 메조 소프라노 김신자. 김씨는 1965년 뉴욕 유학시절 만난 그의 첫 부인이다. 1970년대 수많은 관현악반주 성악곡을 협연한 그의 ‘예술적 동반자’ 이기도 하다. 프랑스 지휘자 샤를르 뒤트와와 그의 전 부인인 마르타 아르헤리치가 최근 협연음반을 내놓으면서 공개한 사진이 문득 떠오른다. 웃음을 잔뜩 머금은 두 사람이 들고 있는 팻말에는 ‘지휘자일뿐’ ‘협연자일뿐’이라고 써있다.
벨리니 ‘노르마’ 등 여러 오페라 무대에서 활약해온 김씨가 협연할 곡은 ‘소리’와 ‘운명’에 주제가 맞춰져있다. 생상스 ‘삼손과 데릴라’ 중 ‘그대 음성에 내 마음 열리고’, 베르디 ‘돈 카를로’ 중 ‘아, 기구한 운명이여’ 등.
미국 유수의 악단들을 아울러온 곽씨가 6년 동안이나 조련해온 부산시향의 사운드는 이미 귀밝은 교향악축제의 팬들에게 정평이 나있다. 김씨와의 협연곡 외에 차이코프스키 초기의 교향곡인 교향곡 2번 ‘소러시아’ 등이 준비돼 있다.
▼2002 교향악축제 연주일정▼
일자 | 참가악단 | 지휘자 | 협연자 | 주요 연주곡목 |
1(월) | 제주시립교향악단 | 이동호 | 김대진 (피아노) |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3번 라벨 ‘다프니스와 클로에’ 모음곡 2번 |
2(화) | 부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 임헌정 | 양성원 (첼로) | 슈만 첼로협주곡 브람스 교향곡 4번 |
3(수) | 대구시립교향악단 | 박탕 조르다니아 | 이경선 (바이올린) | 시벨리우스 바이올린협주곡 라흐마니노프 ‘교향적 무곡’ |
4(목) | 서울시 교향악단 | 마르크 에름레르 | 김정원 (피아노) | 차이코프스키 피아노협주곡 1번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만프레드’ |
6(토) | 전주시립교향악단 | 박태영 | 이병우 (기타) | 로드리고 ‘아란후에즈 협주곡’ 글라주노프 교향곡 4번 |
7(일) | 인천시립교향악단 | 금노상 | 백주영 (바이올린) |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멘델스존 교향곡 3번 ‘스코틀랜드’ |
8(월) | 수원시립교향악단 | 박은성 | 양고운 (바이올린) |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6번 ‘비창’ |
9(화) | 부산시립교향악단 | 곽승 | 김신자 (메조) | 로시니 ‘세빌랴의 이발사’ 중 ‘방금 들린 그 목소리’,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4번 |
10(수) | 광주시립교향악단 | 김용윤 | 허승연 (피아노) |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24번 슈만 교향곡 1번 ‘봄’ |
11(목) | 울산시립교향악단 | 장윤성 | 이경민 (바이올린) |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말러 교향곡 2번 ‘부활’ |
12(금) |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 | 카를로 팔레스키 | 이유홍 (첼로) | 쇼스타코비치 첼로협주곡 1번 말러 교향곡 4번 |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