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칼럼]박성희/´마사회 살생부´특종 단연 돋보여…

  • 입력 2002년 3월 22일 18시 24분


요즘 같은 다매체 시대에는 차별화가 살길이다. 지난 2주간 동아일보는 크게 두 가지 기사에서 다른 신문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첫번째로 1998년 마사회 인력구조 조정 과정에서 일부 직원들을 출신지와 정치성향을 따져 강제해직시켰다는, 이른바 ‘마사회 살생부’파문 특종 보도를 꼽을 수 있다. 매일 엇비슷한 기사들이 실려오는 신문의 얼굴(1면)에서 ‘본보 단독 입수’같은 매력적인 제목은 단연 눈길을 끈다. 그런 기사에는 땀과 긍지와 보람이 담겨 있고, 그 자부심만큼 독자들을 흡인하는 힘을 갖게 된다. 그 사안이 심대하고 내용이 새로울수록, ‘언론은 사회의 목탁이며 빛’이라는 해묵은 수식어들이 아직 유효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마사회 살생부’파문 기사는 기본적으로 권력에 대한 견제와 비판을 골자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희망을 안겨준다. 언론의 권력비판 기능이 작동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가 살아 숨쉬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다만 첫날 보도에서는 밝히지 않았던 문건 제공자를 다음날(21일) 실명으로 인터뷰한 것이 의아하다는 느낌을 갖게 했고, 그 제공자가 문제의 문건을 입수한 경위의 정당성 문제까지 함께 짚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있었다.

두번째로 타지와 구별된 기사는 ‘동아마라톤’관련 기사다. 동아일보는 동아마라톤 개최 5일 전인 12일부터 카운트다운 형식으로 매일 C섹션 상단에 주요 기사로 처리, 대회 준비상황을 상세하게 중계했다. 교통 통제에 대한 시민의 이해를 구하는 A1면 사고(14, 16일)를 비롯해 재일동포 작가 유미리씨 일본 현지취재(13일 A31면), 이봉주의 구간별 어드바이스(16일 B3면) 등 관련 기사가 봇물을 이뤘다. 경기 다음날인 18일은 소설가의 관전기(A6면), 마라톤 르포와 낙수(A30·A31면), 구간별 경기상보(C1) 등 본면의 상당 부분이 할애되었고, 마라톤 기사의 행렬은 19일(C1면)까지 계속되었다.

물론 이중 많은 기사가 독자에게 필요하고 독자의 관심을 끄는 기사였을 것이다. 그렇지만 동아일보사의 행사로서 ‘동아마라톤’이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더라도 이 같은 집중 보도는 행사의 본래 의미를 오히려 축소시키는 역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다. 아울러 어떤 신문사의 행사에 대해 다른 신문들이 상대적으로 침묵하고, 그 반작용으로 해당 회사가 자사 행사를 집중 보도하게 되는 관습이 우리 언론계에서 하루빨리 사라져야 할 것이다.

그밖에 지난 2주간 각 언론들이 집중 보도한 테마는 ‘이용호 게이트’를 수사중인 특별검사측의 움직임이었다. 특검의 수사력에 전적으로 의존한 수많은 기사를 보면서, 언론의 ‘탐사보도(investigative report)’가 좀 더 활발했으면 하는 바람이 고개를 들었다. “(특검은) 집중 조사했다… 경위를 조사중이다… 개입했는지 확인하고 있다… 명단을 건네받아 분석하고 있다”는 식의 각종 진행형 어미들은 특검의 수사 진행 속도에 비해 지나치게 언론 보도가 앞서가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박성희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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