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근태씨가 그렇다면 다른 후보는?

  • 입력 2002년 3월 4일 18시 06분


2000년 당내 최고위원 경선 당시 5억3872만원을 썼으며 이 중 2억4500만원이 중앙선관위에 신고하지 않은 불법 선거자금이었다고 한 민주당 김근태(金槿泰) 고문의 고백은 지금까지의 잘못된 정치자금 관행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한다.

특히 선관위에 정치자금을 신고하는 것이 얼마나 형식적인 것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누구든 엄청난 돈을 쓰고도 축소 신고하면 그만이었고, 여기에서 떳떳한 정치인은 거의 없을 것이다. 당내 대통령후보 경선에 참여하고 있는 김 고문은 이 같은 과거의 불법 사례를 통해 현재 진행 중인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과정의 혼탁상을 고발하고 싶었던 것 같다.

▼관련기사▼

- 野 “권노갑씨 정치자금 출처 밝혀야”
- 선관위 “김근태고문 고발계획 없다”
- “他주자들도 권노갑씨 돈 고백하라”
- 민주당 "김근태고문 너무 순진…경선 망칠라"
- “權씨 他주자에게도 자금 줬다”내일신문 보도
- 권노갑씨 “아내가 식당-계해서 번 돈 지원”
- 경선 전당대회 돈 얼마나 쓰나

▼file ▼

- 김근태고문 “2억臺 不法 선거자금 썼다”
- 김근태고문 일문일답
- ‘不法 고백’ 與경선 일파만파

무엇보다 재야 출신으로 비교적 이미지가 깨끗한 김 고문이 그 정도의 돈을 썼다면 다른 후보는 얼마나 많은 돈을 썼는지, 이를 다 선관위에 신고했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번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다른 후보들도 당시 쓴 돈의 규모와 출처, 사용명세 등에 대해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본다. 김 고문도 받은 돈의 성격에 대해 격려금 후원금 하며 두루뭉술하게 지나갈 것이 아니라 보다 구체적으로 얘기해야 한다. 특히 권노갑(權魯甲) 전 고문이 당시 후보들에게 돈을 준 사실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는 만큼 권 전 고문은 어디서 조달해 누구에게 얼마나 지원했는지 소상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김 고문이 고백한 내용과 관련해서는 선관위나 검찰이 납득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취지가 좋다고 실정법을 어긴 명백한 불법을 그냥 덮고 가서는 안 될 것이다.

다만 이번 기회가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확보해 정치문화를 한 단계 성숙시키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김 고문의 지적처럼 정치자금의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는 한 누가 대통령이 돼도 권력형 부정부패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자면 믿지도 않고, 지키지도 않고, 지킬 수도 없는 현재의 정치자금 규정을 현실에 맞게 손질하는 것부터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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