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CEO]중외제약 이경하 사장

  • 입력 2002년 3월 3일 17시 42분


“국내에서는 아무도 해보지 않은 일이어서 더욱 힘들었습니다.”

중외제약의 이경하 사장(39·사진)은 지난해 말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허가를 받은 항균제 ‘큐록신정’의 개발 과정을 ‘산모의 진통’에 비유했다. 10년 동안 200억원의 돈을 쏟아부으며 극진히 보살핀 결과 ‘옥동자’를 낳았다는 것.

큐록신정은 요로감염증 등을 치료하는 퀴놀론 계통의 항균제로 국내에서 개발된 신약 중에서는 네 번째이며 3단계 임상시험까지 통과한 약물로는 유일하다.

요로감염증은 미국에서만 연간 700만명의 환자가 새로 발생할 정도로 흔한 질환이지만 상당수 환자가 기존 치료제에 내성을 보이기 시작해 신약 개발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돼 왔다.

큐록신정은 서울대병원 비뇨기과 백재승 교수 등이 주도한 임상시험 결과 유효성이 90% 이상 입증됐고 부작용은 기존 치료제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는 4월 중 판매될 예정.

개발 과정에서 우여곡절도 있었다. 일본의 유수 제약사조차 포기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 사장의 마음도 잠시 흔들렸던 것. 얼마나 더 많은 돈이 들어갈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최고경영자(CEO)의 결정은 ‘끝까지 간다’였고 결과는 ‘임상시험 성공’이었다.

그동안 중외제약의 주력 제품은 순환기 소화기 계통 질환의 전문 치료제 및 수액 등으로 국내 병원용 의약품 시장에서 10여년간 1위를 지키고 있다.

신약 개발을 필두로 최근 시작한 것이 헬스케어 사업. 자회사를 세워 코 세정기 ‘코크린’과 체온계 ‘체오미’를 약국에 공급해왔고 최근에는 질레트코리아와 제휴를 맺고 면도기와 칫솔 등 생활건강 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기술경쟁력을 가진 벤처기업이라면 동등한 조건으로 협력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이 사장은 다국적 제약사에 맞서서 국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지름길은 신약 개발 과정에 사용되는 신기술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기술 노하우가 있는 벤처기업과 ‘연합 전선’을 형성하겠다는 계획. 실제로 중외제약은 자체 연구소 이외에 미국과 일본에 합작 연구소를 세우는 등 신기술 개발을 위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만들어가고 있다.

차지완기자 marud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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