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보관의 일본통신]좋아서 하는 축구

  • 입력 2002년 2월 27일 18시 00분


가끔 내가 살고 있는 일본 오이타에 한국의 유소년축구 선수들이 일본 선수들과 친선경기를 하러 찾아온다. 나는 우리 선수들의 기량도 파악하고 응원도 할 겸 꼭 경기를 보러 간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올 때면 항상 발걸음이 무겁다.

“왜 우리 선수들은 체격은 큰데 몸이 딱딱할까.” “스피드와 체력에서는 일본 선수들을 앞서 있는데 기술적인 면은 왜 뒤질까.” “운동하는 시간이 더 많으면서 일본 선수들보다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생각에 대한 해답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일본 축구팬들이 주최하는 워크숍에 참가했을 때다. 전 일본국가대표로 현재 축구프로그램 진행과 해설을 맡고 있는 미즈누마씨와 선수시절의 경험과 월드컵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럽게 일본축구의 발전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었다.

일본은 ‘축구발전 100년대계’를 세워 체계적으로 축구발전을 진행하고 있었다. 일본축구가 어떻게 하면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릴 수 있느냐에 대해서 대표선수관리, 지도자양성, 유소년육성 등 세가지 큰 그림을 가지고 있었다.

미즈누마씨는 우리 유소년 선수들이 재능면에서는 일본선수들보다 뛰어나지만 현재는 일본의 지도자들이 많은 정보와 일관성 있는 지도방침을 가지고 선수들을 지도하기 때문에 일본이 앞서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선 아직도 ‘성적〓우수한 지도자’라는 등식이 자리잡고 있다. 선수들은 어린시절부터 축구로 성적을 내는 것만이 인생의 전부인양 공만 찬다. 일본 선수들은 학교성적에서 1등을 하는 선수가 축구도 잘한다. 현재 내가 가르치고 있는 선수들중에서도 이런 선수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본 선수들은 축구를 접근하는 방식이 분명 다르다. 일본 선수들은 축구를 잘하기 위해서 축구책을 사서 공부하면서 스스로 최근의 축구스타일과 최신 정보를 접한다. 이런 분위기는 지도자들을 더욱 공부하지않으면 안되게 한다. 또한 이것은 축구책을 발간하는 회사가 많아져 결국 축구발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며칠전 전 에메 자케 전 프랑스대표팀 감독은 어린 축구선수들에게 연령에 맞는 교육을 시키고 축구를 즐겁게 하도록 가르친 게 지금 프랑스가 세계 최고의 축구선진국이 된 밑거름이라고 말했다. 우리도 다시 한번 이말을 되새겨야 하지 않을까.

요즘 일본에서는 ‘나카타’가 광고에서 한 말중 ‘라시이(∼답게)’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아이들은 아이들답게 자라야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좋아서 하는 축구. 이것이 축구발전의 지름길이다.

처음에는 자기가 좋아서 하는 축구를 시작하지만 우리의 척박한 축구환경 때문에 어린선수들의 몸과 마음을 딱딱하게 만든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한국의 월드컵 16강 진출도 중요하다. 하지만 어린선수들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바랄 수 있는게 아닐까.

황보관/일본 오이타트리니타 청소년팀 감독 canonshooter1990@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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