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24시/별을 단 임원님⑴]보수-대우 껑충 “바로 이맛”

  • 입력 2002년 2월 27일 17시 15분


한 제약회사의 A이사는 임원이 된 뒤 처음 시무식을 하면서 달라진 지위를 실감했다. 부장 때까지는 ‘군중’ 속에 묻혀 조회를 했지만 임원이 되자 사장과 함께 단상에 앉게 됐다.

“아, 나는 승리자다!” 20여년의 직장생활에서 과거 맛보지 못한 성취감이 가슴 가득히 밀려왔다.

달라진 건 좌석만이 아니다. 보수는 부장의 두 배가 되었다. 자동차와 기름값이 나오고 체력단련비 등 부장 때는 없던 특혜도 따라왔다. 세전(稅前)기준 연봉은 억대에 이르고 경영 성과가 좋으면 연봉의 20%에서 많으면 50%의 성과급도 나온다. 부장까지는 회사 규정에 따라 임금 인상률이 정해지지만 임원은 최고경영자의 의지에 따라 엄청난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직원들은 모르는 경영진만의 특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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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계열사의 B상무는 “직장생활을 시작해서 임원을 못해보면 ‘진짜’를 놓치는 거다. 생각했던 것보다 대우가 좋고 권한도 세다”고 말했다.

임원은 직장생활의 꽃이다. 군대에서 장군을 우러러보듯 기업에서 임원은 여전히 찬란히 빛나는 별이다.

식품회사의 C상무는 “부장 때는 잡상인의 전화까지 직접 받아야 했지만 임원이 되니까 비서가 차단해줘서 좋고 내 방이 생겨 편하다”고 말했다. 외부 인사를 만날 때도 부장 명함을 내밀 때와는 확실히 바라보는 눈길이 달라지고 응대하는 사람의 직급도 달라졌다. 어떤 건설회사는 임원의 법인카드 한도가 연간 50억원에 이른다. 다른 회사에서도 보통 한 달에 몇백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판공비를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사람이 임원이다.

정보와 권한의 범위도 완전히 달라진다. 부장은 회사의 지시를 시행하는 데 그치지만 임원은 회사의 중요한 전략부터 사원의 월급이나 휴가 문제까지 직접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한다. 웬만한 사업은 자신의 전권으로 처리할 수 있고, 회사의 커다란 밑그림을 같이 그려간다. C상무는 “나의 생각을 직접 임원회의에서 의논해 실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도전할 가치가 있는 자리”라고 말했다.

A이사는 “부장시절에는 임원들이 모여 있다가 직원들이 지나가면 문을 닫는 것을 보고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했는데, 역시 접하는 정보의 범위가 다르다”고 말했다.

B상무는 “직장인은 세 번 출세할 때 감동한다. 간부의 입문인 과장이 될 때, 그 다음은 임원이 될 때, 세 번째로 최고경영자가 될 때다. 그런데 임원이 될 때의 감격은 과장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임원을 꿈꾸며 힘든 하루 하루를 버텨나가는지도 모른다.

신연수기자 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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